
하나제약이 2021년부터 약 5년간 지속해온 삼진제약 지분 투자를 완전히 청산했다. 하나제약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보유 중이던 삼진제약 보통주 99만 5198주를 전량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각은 5월 14일과 15일, 19일 3거래일에 걸쳐 분할 진행되었으며, 총 회수 금액은 233억 5740만 원이다.
이번 처분 금액은 하나제약 자기자본 3134억 원 대비 7.4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주식 처분의 목적을 투자 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하나제약은 최근 마취제 신약의 유럽 전역 공급과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승인 등 연구개발 및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번에 확보한 대규모 현금이 해당 사업들의 동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하나제약과 삼진제약의 인연은 2021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경일 하나제약 명예회장 일가가 삼진제약 주식을 조용히 매입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9월 보유 지분율이 공시 의무 기준인 5%를 초과하면서 매집 사실이 시장에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십 차례 장내 매매와 시간외 거래를 통해 지분을 지속 확대했으며, 2022년 9월에는 조의환·최승주 두 창업주 집안의 공동경영 구조 아래 최대주주 조의환 회장의 지분율(12.85%)에 0.48%포인트 차이까지 근접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였다.
하나제약 측은 일관되게 '단순투자' 목적을 공시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같은 업권 경쟁사의 주식을 10% 넘게 보유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삼진제약이 아리바이오에 자사주 7.99%를 넘기며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어적 행보를 보인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하나제약의 직접적인 경영권 참여 시도, 또는 두 창업주 집안 간 내부 갈등에서 어느 한쪽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동시에 거론됐다.
이번 전량 매도로 하나제약 법인 명의의 삼진제약 지분은 완전히 정리됐다. 2021년 초 조용한 지분 매집으로 시작해 약 4년간 이어진 두 회사의 불편한 동거가 공식적으로 끝난 셈이다. 삼진제약으로서는 창업주 공동경영 체제를 위협하던 외부 변수가 제거됐고, 하나제약은 약 233억 원의 자금을 회수하며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