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이하 BMS)가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과 대규모 협업을 발표하며 제약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의 수위를 높였다.
이번 계약에 따라 BMS는 앤스로픽의 AI 모델인 클로드(Claude)를 전 세계 사업부의 공유 지능 플랫폼으로 도입한다. 이는 단순한 챗봇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한 에이전틱(Agentic) AI 역량을 3만 명 이상의 임직원에게 보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BMS의 이번 행보는 지난 3년간 지속해 온 AI 투자의 연장선에 있다. 2023년 1월 자체 챗봇을 출시한 이후, 이제는 데이터 사일로(Silo) 현상을 해소하고 파편화된 시스템에 갇힌 정보를 통합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그렉 마이어스(Greg Myers) BMS 최고디지털기술책임자(CDTO)는 "대부분의 기업 AI가 챗봇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진정한 가치는 수십 년간 쌓인 데이터 사일로 뒤에 숨겨진 미개척 가치에 있다"며 "클로드의 에이전틱 역량과 혁신 속도는 시스템을 연결하고 전 직원의 집적된 지식을 활용해 환자를 위한 혁신을 가속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활용 분야는 신약 연구개발(R&D)이다. BMS는 종양학, 혈액학, 신경과학, 면역학 등 주요 치료 영역에서 클로드의 추론 능력을 독자적인 연구 데이터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신약 타겟 발굴 및 최적화 작업을 지원한다. 크리스 뵈너(Chris Boerner) BMS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타겟 선정부터 리드 후보물질 발굴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임상 개발과 제조 공정에서도 효율화를 꾀한다. 임상 단계에서는 문서 작성 자동화를 통해 데이터 확정(Data Lock)부터 규제 기관 제출까지의 시차를 최소화한다. 제조 분야에서는 근본 원인 조사, 예방 조치 문서화, 배치(Batch) 승인 결정 등에 AI를 활용해 품질 관리와 규제 준수 역량을 강화한다. 또한 상업화 단계에서는 현장의 통찰을 구조화된 정보로 전환해 의료 전문가와의 맞춤형 소통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BMS는 앤스로픽의 개발자 도구인 클로드 코드(Claude Code)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내부 소프트웨어 및 AI 개발 속도를 높여 바이오 제약 산업 특유의 단절된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에릭 코더러 에이브럼스(Eric Kauderer-Abrams) 앤스로픽 생명과학 부문 총괄은 클로드와 같은 대규모 플랫폼이 제약사의 기능을 재정의하는 단일 지능 계층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