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한 메디케어 약가 협상 제도의 위헌성을 주장해 온 글로벌 제약사들의 상고를 최종 기각했다. 20일(현지시간) 공개된 명령 요약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노바티스(Novartis),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등이 제기한 검토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이번 결정은 제약 업계가 IRA의 핵심인 약가 협상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시도했던 법적 투쟁이 사실상 종결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은 하급 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연방대법원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왔으나, 대법원이 심리 자체를 거부함에 따라 정부의 약가 통제권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던 아스트라제네카는 IRA의 약가 협상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결여했으며, 기업의 투자 기반 특허권과 시장 가격 판매권을 박탈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측 변호인은 대법원에 제출한 청원서를 통해 "정부가 제시하는 협상은 진정한 의미의 협상이 아니며, 기업에 주어진 유일한 대안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Medicaid)에서 모든 약물을 철수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처방약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포기하고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미국 상공회의소 역시 지난 1월 노보 노디스크의 소송을 지지하며 힘을 실었으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상공회의소는 IRA의 협상 틀이 제조사에게 굴욕적인 벌금을 부과하여 강제로 약가를 낮추게 만드는 '착시적' 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행 IRA 규정에 따르면 약가 협상 프로세스에 불응하는 기업은 점증하는 특별소비세를 부담해야 하거나,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공공보험 급여 목록에서 자사의 모든 품목을 제외해야 한다. 협상을 통해 도출된 가격으로 약물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민사상 금전적 처벌도 부과될 수 있다.
대법원의 이번 조치로 인해 제약 업계는 법적 대응보다는 변화한 제도 안에서의 생존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추가로 덧붙일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