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기술 시장에서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Halozyme Therapeutics)와 한국 알테오젠(Alteogen) 간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할로자임은 최근 일본 다케다 제약(Takeda Pharmaceutical)과의 대규모 계약 체결 및 알테오젠 파트너사에 대한 법적 공세를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다케다 제약은 할로자임의 약물 전달 기술인 'ENHANZE'를 자사의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 베돌리주맙(vedolizumab, 제품명 엔티비오)에 적용하는 글로벌 협력 및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했다. 이로써 다케다는 소화기 및 염증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베돌리주맙의 접근성을 넓히게 되었다. 할로자임의 기술은 이미 100개 이상의 글로벌 시장에서 10개의 상용화된 제품에 적용되어 100만 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여된 이력이 있다.
할로자임은 이와 동시에 알테오젠을 향한 법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독일 법원에 알테오젠의 파트너사인 머크(MSD)를 상대로 키트루다(Keytruda) SC 판매 중단 가처분을 신청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다. 독일 법원은 본안 소송에 앞서 할로자임의 히알루로니다제(Mdase) 특허 침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알테오젠의 ALT-B4 제조공정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IPR)을 청구하며 직접적인 특허 유효성 검증에 나섰다. 현재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곳뿐이다. 이번 법적 분쟁은 양사 간의 글로벌 독점권과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할로자임의 공세에 대해 알테오젠의 사업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선아 하나증권(Hana Securities) 연구위원은 이번 특허 소송이 원천 기술인 '물질 특허'가 아닌 '제조 방법'에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ALT-B4 물질 자체의 권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제조방법 특허가 무효화되더라도 알테오젠의 제품 생산에는 지장이 없으며, 알테오젠이 권리범위를 보정하여 특허를 유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할로자임이 알테오젠 특허의 넓은 권리범위를 침해할 가능성을 우려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테오젠의 추가 기술수출(L/O) 계약 지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해석이 제기되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Shinhan Investment Corp.) 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알테오젠의 L/O 지연을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버티기'로 분석했다. 현재 알테오젠은 10곳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맺고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일부 기업은 우선권 유지 옵션 계약까지 체결하여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후속 계약들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첫 계약 성사 이후에는 유사한 조건으로 연달아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적 분쟁의 실질적인 특허 무효 여부와 무관하게 잠재적 파트너사들의 의사결정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 단위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글로벌 임상 특성상 제약사들은 미세한 법적 불확실성조차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알테오젠은 오는 15일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알테오젠이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기술적 우위와 법적 안정성을 실질적인 결과물로 증명해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