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Enhertu)가 조기 유방암 치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로슈(Roche)의 캐싸일라(Kadcyla)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의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과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을 동시에 승인했다. 이번 수술 후 보조요법 승인은 당초 예정되었던 7월 7일보다 약 두 달 앞당겨진 결정이다.
이번 허가는 Destiny-Breast05 임상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해당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엔허투는 캐싸일라 대비 침습적 질병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53% 낮추는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수술 전 보조요법을 평가한 Destiny-Breast11 연구에서도 엔허투 투여 후 THP 요법(탁산, 허셉틴, 퍼제타)을 병용한 환자군의 병리학적 완전 관해(pCR) 비율은 67.3%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표준 요법인 안트라사이클린 기반 요법 후 THP를 투여한 환자군의 56.3%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FDA가 승인한 라벨에는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엔허투를 이미 투여받은 환자가 수술 후에도 엔허투를 연속해서 투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은 허셉틴(Herceptin)과 퍼제타(Perjeta)를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트라스투주맙 및 탁산 기반 치료를 받은 후 잔류 침습성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승인됐다. 당초 양사가 기대했던 수술 전후 연계 사용이라는 포괄적 적응증 확보에는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 전후 엔허투 재투여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R&D 책임자인 수잔 갈브레이스(Susan Galbraith) 박사는 "엔허투를 4주기만 투여하고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다면, 재투여 시 반드시 내성이 생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재투여의 유효성을 시사했다. 다이이찌산쿄의 글로벌 항암 사업부 책임자인 켄 켈러(Ken Keller) 역시 대다수 전문의가 엔허투의 강력한 효능을 근거로 재투여 방식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엔허투는 연간 5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다. 이번 조기 유방암 적응증 확대로 인해 기존 표준 치료제였던 로슈의 캐싸일라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FDA의 라벨 제한에도 불구하고 임상적 판단에 따른 오프라벨 처방이나 향후 추가 데이터를 통한 적응증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