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방광암 치료를 위한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인 LY4052031의 임상 1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현재 화이자(Pfizer)와 아스텔라스(Astellas)의 패드셉(Padcev)이 장악하고 있는 요로상피암 시장에 대한 일라이 릴리의 본격적인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LY4052031은 패드셉과 동일하게 Nectin-4를 표적으로 삼지만,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페이로드 구성에서 차별점을 뒀다. 패드셉이 MMAE를 페이로드로 사용하는 반면, LY4052031은 아직 승인된 방광암 치료제에 도입되지 않은 토포아이소머라아제 I 저해제(Topoisomerase I inhibitor)를 채택했다. 이는 패드셉 치료 후 재발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전략이다. 제이크 반 나르덴(Jake Van Naarden) 일라이 릴리 온콜로지 부문 사장은 "재발 시점에도 암세포에는 여전히 Nectin-4가 과발현되어 있다"며 "암세포가 패드셉의 페이로드인 MMAE에 저항성을 갖더라도,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면 Nectin-4는 여전히 유효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exus-01 임상 시험에서 효능 평가가 가능한 환자 48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객관적 반응률(ORR)은 42%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패드셉과 머크(Merck & Co.)의 키트루다(Keytruda) 병용 요법을 이미 투여받았던 환자 36명 중 12명에서 종양 감소가 확인됐다. 특히 패드셉 투여 경험이 없는 환자군에서는 12명 중 8명이 반응을 보이며 강력한 초기 효능을 입증했다. 일라이 릴리 측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LY4052031이 1차 치료제 시장에서 패드셉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안전성 측면에서는 관리해야 할 과제가 확인됐다. 임상 참여 환자 중 탈모와 메스꺼움 등 경증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났으나, 특정 유전적 소인을 가진 환자군에서 치명적인 독성이 보고됐다. 페이로드를 느리게 대사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진 소수의 환자에서 심각한 독성이 발생했으며, 이 중 3명이 폐렴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반 나르덴 사장은 이에 대해 "화학요법 사용 시 드물게 발생하는 아웃라이어 독성으로 보이며, 이번 연구에서 우연히 해당 유전적 소인을 가진 환자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라이 릴리는 향후 임상에서 이러한 유전적 변수를 고려한 환자 선별 및 관리 방안을 정교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