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은 향후 10년의 주도권을 결정지을 파이프라인 세대교체가 본궤도에 오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파마뉴스가 집계한 2025년 상위 30대 기술거래(L/O) 규모는 총 1,246억 달러(약 168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24년 대비 84%, 2023년 대비 32% 급증한 수치로, 업계가 주목해온 ‘슈퍼 사이클’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시장의 양적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격하는 차세대 모달리티로의 재편,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한 중국발 혁신 자산(IP), 그리고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선 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키트루다 킬러를 잡아라… 이중항체가 만든 항암제의 새 기준
2024년 말, 중국 아케소(Akeso)와 서밋 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가 개발한 PD-1/VEGF 이중항체 이보네시맙(Ivonescimab)이 폐암 임상 3상에서 키트루다(Keytruda)를 꺾은 사건은 시장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이보네시맙이 증명한 압도적인 결과는 2025년 빅파마들의 천문학적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며, 키트루다 킬러로 낙점된 이중항체 자산 확보 경쟁이 시작되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기업은 BMS다. BMS는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과 손잡고 PD-L1/VEGF-A 이중항체 ‘푸미타미그(pumitamig, BNT327)’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총 계약 규모는 111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하며, 양사가 이익과 손실을 50:50으로 나누는 공동 개발 파트너십 구조다. BMS는 이미 1,000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와 20여 건의 임상을 거친 검증된 자산을 택해 상용화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앞서 있는 적응증인 삼중음성유방암(TNBC)과 확장기 소세포폐암(ES-SCLC) 임상 2상에서 각각 92.3%와 100%의 질병조절률(DCR)을 달성했으며, 이를 근거로 현재 임상 3상에 진입했다.
화이자 또한 중국 3SBio로부터 ‘PF-4404’를 도입하며 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선급금 12.5억 달러를 포함해 총 60억 달러 규모가 투입된 이 약물은 종양 미세환경 내 VEGF가 존재할 때 PD-1 결합력이 약 100배 증가하는 ‘협력적 결합(Cooperative Binding)’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종양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높은 치료 효율이 기대된다. 화이자는 계약 직후 5개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비소세포폐암(NSCLC) 및 전이성 대장암(mCRC) 임상 2상에 착수하는 등 파이프라인 전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키트루다의 주인인 머크(MSD)마저 참전하게 만들었다. 머크는 2024년 중국 라노바 메디신(LaNova Medicines)으로부터 임상 1상 단계의 PD-1/VEGF 이중항체 ‘LM-299’를 전격 인수하며 시장 방어에 나섰다. 업계 선두 기업마저 경쟁에 합류하게 한 이중항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었다. 단일 표적 억제제를 넘어 다중 기전을 동시에 공략하는 차세대 치료제가 항암제 시장에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과연 누가 시장을 선점하여 ‘포스트 키트루다’ 시대의 주도권을 거머쥘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생물보안법도 못 막은 ‘차이나 이노베이션’의 독주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바이오 산업으로 번지며 등장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2025년 10월 미국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12월 대통령 서명을 거쳐 마침내 법제화되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 법안이 최대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며 중국 제약 바이오 산업 전반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는 이러한 우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정반대였다. 2025년 글로벌 상위 10대 기술이전 계약 중 5건을 중국 기업의 자산이 차지하며, 빅파마들의 대형 거래는 오히려 중국에 집중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GSK가 항서제약으로부터 도입한 12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1위를 차지했으며, 다케다가 이노벤트로부터 도입한 114억 달러 규모의 딜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3위에 오른 BMS와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의 111억 달러 규모 이중항체 계약 역시, 해당 자산(BNT327)의 원개발사가 중국의 바이오테우스(Biotheus)라는 점에서 사실상 상위권을 중국산 IP가 장악했음을 입증한다. 4위 또한 화이자가 중국 3SBio와 체결한 63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었다.
이처럼 정치적 리스크를 뚫고 중국산 IP가 독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빅파마들의 영리한 ‘실리적 디커플링’ 전략에 있다. 법안이 조준하는 중국 CDMO 시설은 기피하되 우수한 IP는 흡수하는 방식으로, 기술은 중국에서 사들이고 생산은 자사나 타국 시설을 활용해 리스크를 회피한 것이다. 이는 중국 바이오텍이 과거 서구권을 모방하던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 이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파이프라인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찾는 ‘혁신의 발원지’로 변모했음을 입증한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와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ADC, 이중항체 등 고난도 기술 분야에서 거둔 성과는 이제 중국산 자산을 배제하고는 글로벌 경쟁력을 논할 수 없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2026년에도 중국은 제조 인프라로서의 지위는 위협받을지언정, R&D로서의 영향력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대사질환의 골드러시… GLP-1을 넘어 차세대 모달리티로
2025년 비만 시장은 위고비(Wegovy)의 독주를 끝내고 마운자로(Mounjaro)가 왕좌를 차지하며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이동했다. 기존 위고비가 GLP-1 단일 작용제로서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후발 주자인 마운자로는 GIP까지 동시 타격하는 이중 작용제의 파괴력을 앞세워 직접 비교 임상에서 20.2%의 감량 효과를 기록하며 위고비(13.7%)를 압도했다. 강력한 효능을 바탕으로 마운자로는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처방 1위를 달성하며 비만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우뚝 섰다.
이러한 이중 작용제의 성공은 빅파마들이 ‘포스트 GLP-1’ 차세대 모달리티 확보에 사활을 거는 기폭제가 되었다. 특히 빅파마들은 기존 치료제의 고질적인 부작용과 근육 감소를 해결할 차세대 보완 기전인 ‘아밀린(Amylin) 유사체’에 주목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3월 로슈(Roche)가 질랜드 파마(Zealand Pharma)로부터 임상 2상의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Petrelintide)’를 도입하며 성사시킨 총 53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이다. 로슈는 이를 위해 선급금으로만 무려 16억 5,000만 달러를 지불하는 과감한 베팅을 감행했다. 페트렐린타이드가 모방하는 아밀린은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어 포만감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뇌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점은 GLP-1과 유사하지만 구토나 메스꺼움 등 소화기 부작용이 현저히 적다는 독보적인 장점이 있다. 로슈는 이 자산을 단독 요법뿐만 아니라 자사의 GLP-1/GIP 이중 작용제(CT-388)와 결합한 고정 용량 복합제로 개발하여, 부작용은 낮추고 체중 감량의 질은 높이는 '기초 요법(Foundational therapy)'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아밀린 유사체를 향한 구애는 애브비(AbbVie)의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애브비 역시 지난 3월 덴마크 구브라(Gubra)로부터 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인 ‘GUB014295’를 도입하며 비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총 22억 2,500만 달러(약 3.1조 원) 규모로 체결된 이번 계약은 애브비가 대사질환 분야에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현재 임상 1상 중인 GUB014295는 아밀린과 칼시토닌(Calcitonin)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기전을 가진다. 애브비는 구브라의 정교한 펩타이드 설계 기술에 자사의 글로벌 임상 및 상업화 역량을 결합하여, 기존 인크레틴(GLP-1, GIP) 기반 치료제의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결국 2026년 비만 시장의 승부처는 '얼마나 많이'가 아닌 '얼마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빼느냐는 질적 가치로 이동할 전망이다. 아밀린 유사체는 근육량까지 감소시키던 기존 약물의 난제를 해결하고, 체지방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고품질 감량을 돕는다. 2025년 대형 거래로 확보된 아밀린 자산들이 향후 다중 작용제와의 결합을 통해 비만 시장을 어떻게 재편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2026년, ‘데이터 증명’의 시대… 자본의 규모를 넘어설 혁신의 진검승부
2025년 기술거래 시장은 빅파마들이 생존을 위해 혁신 자산을 전면적으로 교체한 세대교체의 원년이었다. 이중항체가 항암제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중국산 IP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실리로 돌파하며 글로벌 R&D의 핵심 발원지로 부상했으며, 비만 치료제 시장은 단순한 감량 수치를 넘어 근육 보존과 부작용 개선이라는 ‘질적 가치’ 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이 완전히 이동했다. 2026년은 이처럼 2025년에 뿌려진 대규모 베팅의 씨앗들이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본격적인 ‘데이터 증명의 해’가 될 것이다. 향후 글로벌 제약 바이오 시장은 자본의 규모가 아닌, 기술의 독창성과 임상적 차별화를 선점한 기업들에 의해 다시 한번 판도가 뒤바뀔 전망이다.
작성자 이승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