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제약·바이오 M&A 시장은 2024년의 침체 국면을 지나 다시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상반기에는 고금리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라는 부담 속에 거래가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금리 인하 기조가 가시화되고 정책의 불확실성 역시 완화됐다. 이에 따라 특허 절벽이라는 구조적 압박이 현실로 다가온 빅파마를 중심으로, 외부 혁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23~25년도의 주요 거래 (10억 달러 이상) 추이를 보면, 24년도에는 고금리와 FTC의 규제 강화로 타 년도 대비 연중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2025년 1월에는 J&J가 인트라-셀룰라 테라퓨틱스(Intra-Cellular Therapeutics)를 145억 달러(약 20.9조 원)라는 금액에 인수하며 ‘대형 M&A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었지만, 이후 상반기에는 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였다. 반면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와 정책 이슈가 해소되며 거래 규모와 빈도가 동시에 확대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시장 상황 속에서, 더파마 뉴스가 놓쳐선 안 될 2025년의 주요 글로벌 M&A를 리뷰했다.
특허 절벽의 가시화…빅파마 M&A를 재가동한 구조적 압박

제반 상황의 긍정적 전환 속, 특허 절벽의 가시화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키트루다(머크, 2028년), 위고비(노보 노디스크, 2032년), 엘리퀴스(BMS·화이자, 2026년) 등 빅파마의 핵심 블록버스터 약물들의 특허가 2030년을 전후로 대거 만료된다. 이로 인한 빅파마들의 딜이 2025년도 M&A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24·2025년 10억 달러 이상 대형 딜을 인수 단계별로 살펴보면, 후기 자산(임상 3상·상업화)의 비중이 24년도 27%에서 25년도 46%로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이는 특허 만료를 염두에 두고 임상 실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을 선별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머크(MSD)다. 오랜 기간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타이틀을 유지해 온 키트루다(Keytruda)는 2025년 3분기 기준 머크 매출의 절반 이상(52%)을 차지하는데, 2028년에 특허 만료가 예정되어 있다. 머크는 내부 파이프라인을 통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이어왔으나, 단기간 내 이를 대체할 만한 자산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머크는 베로나 파마(Verona Pharma, 100억 달러, 7월)와 시다라 테라퓨틱스(Cidara Therapeutics, 92억 달러, 11월)를 차례로 인수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후기 단계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머크의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베로나 파마의 핵심 자산인 오투베어(Ohtuvayre, 성분명 ensifentrine)는 2024년 6월 FDA로부터 성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유지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COPD 치료제 시장은 2033년까지 약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매우 유망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장성에 주목한 머크는 베로나 파마를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인수하며 발표 전일 종가 대비 23%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107달러에 계약했다.
오투베어는 인산디에스터라제 3·4(PDE3·PDE4)를 선택적으로 동시에 억제하는 치료제로, COPD 시장에 20여 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흡입 치료 기전의 치료제다. 기존 COPD 치료제인 기관지 확장제(단일 기관지 확장)와 흡입 스테로이드(염증 억제)의 효능을 함께 나타내어 광범위한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다. 특히 COPD가 만성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투베어는 머크에게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베로나 파마에 이어 머크가 선택한 시다라 테라퓨틱스 역시 확실한 한 방을 가진 기업이다. 머크는 시다라에 주가 대비 2배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며 총 92억 달러(약 12.8조 원)를 투입했는데, 이는 시다라가 보유한 차세대 인플루엔자 예방 치료제 'CD388'의 잠재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CD388은 독자적인 약물-Fc 결합체(DFC, Drug-Fc Conjugate) 기술을 적용한 장기 지속형 항바이러스제다. 이 약물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존 독감 백신과 달리 면역 반응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백신은 접종 후 체내에서 항체가 생성되어야 효과를 보지만, CD388은 약물 자체가 직접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따라서 백신을 맞아도 항체 형성이 잘되지 않는 고령층이나 암 환자 등 면역 저하자들에게도 확실한 예방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임상 진행 상황도 순조롭다. CD388은 임상 2b상(NAVIGATE)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도출하며 효능을 입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5년 10월 미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받았다. 현재는 고위험군 성인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ANCHOR)이 진행 중이다. 로버트 데이비스(Robert M. Davis) 머크 CEO는 이번 인수를 두고 "향후 10년간 회사의 성장을 이끌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머크는 2025년 하반기에만 두 건의 빅딜을 통해 호흡기 질환과 감염성 질환 분야에서 각각 잠재력을 가진 에셋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2028년 키트루다 특허 만료 이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차세대 캐시카우를 마련하려는 머크의 절박하면서도 치밀한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비만과 MASH: 본격화된 대사질환 포트폴리오 경쟁
2025년 제약·바이오 M&A에서 비만과 대사질환은 주요 테마로 부상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성공 이후 시장이 과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M&A 흐름은 단기 경쟁을 넘어 장기 포트폴리오 구축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화이자(Pfizer)의 멧세라(Metsera) 인수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화이자는 약 49억 달러의 규모로 멧세라와 합의를 도출했지만, 이후 노보 노디스크가 더 높은 인수 금액을 제시하며 경쟁에 참여하자 화이자는 최대 100억 달러로 조건을 상향하며 인수를 확정했다. 화이자는 주당 65.6달러에 멧세라를 현금으로 매입하고, 이후 특정 임상과 허가 마일스톤 달성 시 최대 주당 20.65달러를 지급하게 된다. 이러한 인수 규모는 비만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멧세라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MET-097i는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장기 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주 1회 투여하는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tirzepatide)나 위고비(Wegovy, 성분명 semaglutide) 대비 투약 편의성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다. 또한 기존 약물들은 내약성 확보를 위해 유지 용량까지 긴 증량 기간이 필요하지만, MET-097i는 낮은 용량에서도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증량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인 MET-002o는 최근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가 문을 연 경구용 GLP-1으로, 국내 회사 디앤디파마텍의 오랄링크(ORALINK) 기술이 적용된 치료 후보 물질이다. 현재 북미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다음 세대의 경구용 비만약인 MET-224o과 MET-097o의 프로토타입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미충족 수요가 큰 MASH 시장 역시 2025년 M&A에서 주목받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에프룩시페르민(Efruxifermin)을 보유한 아케로 테라퓨틱스(Akero Therapeutics)를 최대 52억 달러(약 7조 원)에, 로슈(Roche)는 페고자페르민(Pegozafermin)을 보유한 89bio를 35억 달러(약 4.7조 원)에 인수하여 MASH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이들 약물은 모두 현재 임상 3상 진행 중이다.
기존의 MASH 치료제인 레즈디프라(Rezdiffra)와 위고비는 각각 ‘간 내 지방 연소 촉진’·’체중 감량을 통한 간 지방 유입 감소’의 기전으로 간을 간접적으로 보호한다. 이와 달리 에프룩시페르민과 페고자페르민은 FGF21 유사체로, 간의 섬유화를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기대받고 있다.
실제로 임상 데이터는 이러한 기대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님을 증명한다. 현재 상용화된 레즈디프라가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약 10%의 섬유화 개선율을 보인 반면, 에프룩시페르민과 페고자페르민은 임상 2b상 단계에서 각각 30%와 20%에 달하는 섬유화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기존 약물 대비 약 2배 가까운 효능 차이로, 업계에서는 이들이 MASH 치료의 패러다임을 '지방 감소'에서 ‘간염증 감소’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비만과 MASH 영역은 선발주자들이 성공적으로 포문을 연 후, 후발주자들의 차별화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점유율 싸움이 아닌, 더 편리하고 근본적인 치료 효능을 앞세운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경쟁이 대사질환 시장의 제2막을 열고 있다.
CNS M&A 재개…후기·상업화 자산 중심으로 거래 확대
2025년 제약·바이오 M&A에서 CNS 영역은 거래 건수와 규모 각각에서 Oncology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CNS는 임상 실패율이 높고 개발 기간이 길다는 특성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M&A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으나, 2025년에는 임상적·상업적 검증이 이루어진 자산을 중심으로 거래가 재개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J&J의 인트라-셀룰라(Intra-Cellular Therapeutics) 인수다. 146억 달러 규모로 체결된 이번 거래는 2025년 제약·바이오 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인트라-셀룰라의 핵심 자산인 캐플리타(Caplyta, 성분명 lumateperone)는 2019년 성인 조현병 치료제로 이미 시장에 진출한 치료제다. 이후 양극성 장애 적응증을 확보하는 등 성공적인 적응증 확장 행보를 보이며 매출 성장에 힘을 가하고 있다. J&J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캐플리타의 매출액은 2억 4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7% 성장했다. 성장 추이로 봤을 때 2026년에 매출액 10억 달러를 달성하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는 것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2025년 11월, 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의 환자가 있는 주요 우울 장애(MDD) 적응증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매출 성장에 힘을 실었다.
J&J가 인트라-셀룰라를 4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한 이유는 캐플리타의 장기적인 성장세에 있다. 3세대 비정형 항정신병약으로 분류되는 캐플리타는 5-HT2A 수용체에 높은 선택성으로 결합하면서 D2 수용체에 적게 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덕분에 조현병의 1차 치료제인 리스페리돈(Risperidone) 대비 떨림이나 근육 경직과 같은 추체외로(EPS) 부작용이 덜하며, 치료 저항성 환자군에 사용되는 클로자핀(Clozapine)보다 체중 증가와 같은 대사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임상 시험에서 낮은 치료 중단율, 조현병 재발률 감소, 치료 지표의 개선을 입증해 장기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현재 장기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J&J는 항암과 면역학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조현병 치료제인 인베가(Invega, 성분명 paliperidone) 제품군의 성공으로 CNS 영역에도 발을 뻗치고 있다. 2024년 전체 제품군의 매출은 42억 2천만 달러를 달성하며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시장의 경쟁 심화와 제네릭의 등장으로 매출이 10% 이상 감소하는 추세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 스프라바토(Spravato, 성분명 esketamine)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하며 매출 공백을 안전하게 메꾸고 있지만, J&J는 여기에 캐플리타를 더해 CNS 영역의 확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알커미스(Alkermes) 또한 룬드벡(Lundbeck)과의 치열한 인수전 끝에 아바델 제약(Avadel Pharmaceuticals)을 약 23억 달러에 인수하며 기면증 치료제 ‘룸리즈(Lumryz)’를 확보하였다. 룸리즈는 이미 상업화된 자산으로, 향후 특발성 과다수면증(Idiopathic Hypersomnia)으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항암제에 이어 M&A 거래 규모 2위를 차지한 CNS 분야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높은 임상 실패율이라는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J&J와 알커미스의 사례처럼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에 대해서는 과감한 베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확인된 이러한 '옥석 가리기' 기조는 향후 CNS 시장의 투자를 이끄는 새로운 기준이 될 전망이다.
‘방어를 위한 공격적 딜’의 2025년… 2026년의 흐름은?
2025년 제약바이오 M&A는 표면적으로는 공격적인 움직임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방어라는 수식이 더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 절벽이라는 구조적 압박과 내부 R&D의 한계를 인식한 빅파마들이, 매출 공백과 파이프라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 자산을 선제적으로 편입한 결과가 일관되게 관측된 해였다.
이러한 기조는 2026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 압박은 2030년을 향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으며, 여기에 비교적 견조한 재무 구조와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이 더해지면서, M&A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작성자 이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