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는 논란의 약물 '엘레비디스(Elevidys)'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공개하며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이번 발표는 2025년 잇따른 환자 사망 사례와 FDA의 박스 경고(Boxed Warning) 부착으로 인해 엘레비디스가 존폐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나온 회심의 반격이었다. 3년 장기 추적 데이터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임과 동시에, 우려되었던 새로운 안전성 이슈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소식 직후 사렙타의 주가는 12% 이상 급등하며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앞서 더파마뉴스는 초고가 의약품이 실제 매출원으로 자리 잡은 대표 사례로 버텍스(Vertex)의 카스게비(Casgevy)를 조명한 바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카스게비와 마찬가지로 상업화 성과를 입증한 유전자 치료제인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엘레비디스(Elevidys)를 분석한다. 사렙타의 핵심 캐시카우(Cash Cow)에서 공급 중단으로, 그리고 반등을 뒷받침할 장기 추적 데이터의 공개까지 엘레비디스의 여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DMD의 높은 미충족 수요, 엘레비디스의 초고가 약가를 형성하다
엘레비디스는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와 로슈(Roche)가 공동 개발한 치료제로, 미국 내 판권은 사렙타가, 그 외 글로벌 지역 판권은 로슈가 보유하고 있다. 이는 희귀질환 시장의 특성상 필수적인 환자 발굴과 정밀한 콜드체인 유통망 구축을 위해, 사렙타가 빅파마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약물은 지난 2023년 6월,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획득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책정된 가격은 1회 투여 기준 320만 달러(약 47억 원)으로 CSL 베링(CSL Behring)의 헴제닉스(Hemgenix)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약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이 가격을 수용하고 매출로 이어진 배경에는 듀센형 근이영양증이라는 질환의 잔혹성과 치료 대안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적응증인 듀센형 근이영양증(DMD)은 근육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인 디스트로핀(Dystrophin) 발현 유전자가 결핍되어 발생한다. 유아기부터 전신의 근육이 점진적으로 괴사하여 청소년기에 휠체어에 의존하게 되며, 결국 심장근과 호흡근의 기능 저하로 인해 20대를 넘기기 힘든 치명적인 질환이다.
수십 년간 치료의 표준은 스테로이드 요법이었다. 스테로이드는 환자의 기대 수명을 30대 초반까지 연장시켰으나, 장기 투여 시 성장 지연, 골밀도 감소, 비만 등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최근 '신세대 스테로이드'로 불리는 아감리(Agamree)가 FDA 승인을 받으며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이 역시 스테로이드 제제 고유의 부작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장기적인 질병 조절 효과를 입증하기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사렙타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렙타는 엘레비디스 출시 이전에도 '엑손 스키핑(Exon skipping)' 계열 치료제를 통해 DMD 치료의 패러다임을 주도해 왔다. 엑손디스 51(Exondys 51) 등 3종의 치료제를 상용화했으나, 이들은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하여 전체 DMD 환자의 30%도 커버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와 같이 ‘100%에 이르는 자연 사망률’과 ‘근본적 치료제 부재’의 상황이 맞물리며, 1회 투여 기준 320만 달러(약 45억 원)이라는 초고가 약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① 100%에 수렴하는 자연 사망률, ② 근본적인 치료제의 부재, ③ 기존 유전자 치료제의 좁은 커버리지라는 상황이 맞물리며, 근본적 치료를 제공하는 엘레비디스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초고가 약가 형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엘레비디스, 혼재된 임상 결과에도 승인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엘레비디스는 2023년 6월, 4~5세 보행 환자를 대상으로 FDA 가속승인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핵심 근거였던 임상 2상(SRP-9001-102)에서 엘레비디스는 1차 평가지표인 'NSAA(북스타 보행 평가 척도) 총점'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FDA는 대리 지표인 '소형 디스트로핀 단백질의 발현'이 확인되었다는 점을 들어 가속승인을 부여했다.
이후 진행된 확증 임상 3상(EMBARK)의 결과 역시 논쟁의 불씨를 남겼다. 총 1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투여 52주 차 NSAA 총점 변화량은 엘레비디스 투여군 2.6점, 위약군 1.9점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개선되었지만 통계적 유의성 기준인 p-value 0.05를 충족하지 못한 것(p=0.24)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DA는 2024년 6월, 엘레비디스를 정식 승인함과 동시에 적응증을 4세 이상 보행 및 비보행 환자로 대폭 확대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1차 지표 실패에도 불구하고 승인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근거의 총체성(Totality of evidence)**이 있었다. FDA는 주요 2차 지표인 바닥에서 일어나는 시간(Time to Rise)과 10미터 보행 검사'에서 확인된 임상적 이득, 그리고 모든 연령대에서 일관되게 관찰된 긍정적 경향성을 높이 평가했다. 임상적 유의성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가속승인을 부여받은 사례는 다수 존재하지만, 엘레비디스와 같이 빠르게 정식 승인까지 이어진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FDA 내부에서도 승인에 대한 보수적 의견이 적지 않았다. DMD는 환아의 성장 속도, 스테로이드 반응, 운동 기능의 자연 경과 변동성이 큰 질환이어서, 제한된 규모의 임상에서 확인된 2차 평가변수 결과만으로 임상적 유의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다. 하지만 엘레비디스의 승인에는 당시 FDA CBER(생물학적제제 평가연구센터) 센터장이었던 피터 마크스(Peter Marks)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치명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심사에 있어 규제 유연성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료 대안이 전무한 상황에서 완벽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위험보다, 잠재적 이득이 있는 치료제를 조기에 공급하는 이득이 크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강력한 환자 커뮤니티의 영향력 또한 규제 당국의 결단을 이끌어낸 주요 변수로 꼽힌다. DMD 환자군은 미국 내 15,000여 명, 전 세계에 3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희귀질환 중에서는 환자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DMD 환자를 위한 대표적인 단체인 PPMD(Parent Project Muscular Dystrophy)는 FDA 자문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다. "불확실한 효능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치료 기회를 원한다"는 환자 및 보호자들의 목소리는, 통계적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험-편익(Risk-Benefit) 프로파일'의 판단 과정에 영향을 일부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이은 사망 사례, 엘레비디스 매출 성장 급제동
엘레비디스는 출시 1년여 만에 사렙타의 재무 구조를 완전히 뒤바꿨다. 2024년 4분기 매출은 3억 8,400만 달러(약 5,370억 원)를 기록하며, 기존 주력 제품이었던 엑손 스키핑 제제 3종의 합산 매출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2024년 6월 정식 승인과 함께 적응증이 기존 '4~5세 보행 환자'에서 '4세 이상 보행 및 비보행 환자'로 전면 확대되면서, 잠재 투약 대상 환자군(TAM)이 약 3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 매출 폭발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 덕분에 사렙타는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엘레비디스의 성공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2025년 3월과 6월, 엘레비디스를 투여받은 비보행 환자 2명이 급성 간부전으로 잇따라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첫 사망 사건 발생과 같은 달, 엘레비디스 승인의 주역이었던 피터 마크스 센터장이 당국과의 갈등 끝에 전격 사임하며 규제 보호막 마저 사라졌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7월에는 사렙타가 동일한 벡터인 'AAVrh74'를 사용해 개발 중이던 지대형 근이영양증(LGMD) 치료제 후보물질(SRP-9004) 임상에서도 사망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는 특정 파이프라인의 문제를 넘어, 사렙타의 벡터 플랫폼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까지 상황이 악화되었다.
FDA의 대응은 단호했다. 2025년 11월 14일, FDA는 엘레비디스에 대해 가장 강력한 경고 등급인 박스 경고(Boxed Warning)를 부과하고, 적응증에서 비보행 환자를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 여파는 처참했다. 2025년 4분기 매출은 1분기 고점 대비 3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주가는 고점 대비 80% 가까이 증발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이번 사태는 엘레비디스 개별 약물의 문제라기보다는, 1세대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인 AAV(아데노 부속 바이러스) 벡터가 가진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졸겐스마(Zolgensma) 등 기존 AAV 치료제에서도 간독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문제의 핵심은 용량에 있다. 전신 근육에 유전자를 전달해야 하는 DMD 치료제는 체중당 1.33 x 10^14 vg/kg라는 천문학적인 양의 바이러스를 혈관에 주입해야 한다. 이때 우리 몸의 필터 역할을 하는 간(Liver)에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축적되는데,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의 캡시드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과정에서 간세포가 파괴되는 것이다. 즉, 치료 효과를 위해 용량을 높이면 간독성 위험이 커지고, 용량을 낮추면 근육 도달률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이번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AAV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분열하지 않는 신경 및 근육 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고, 세포 유전체에 무작위로 삽입되는 삽입 돌연변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많은 유전자치료제가 AAV를 기반으로 개발돼 온 만큼 임상 데이터가 축적돼 있고, 대량 생산과 품질 관리 역량도 이미 확보돼 있어 업계의 선호도가 높다. 결국 AAV의 이러한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간독성 위험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가 향후 in vivo 유전자치료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시험대 위에 올라선 사렙타
사렙타는 그동안 DMD 분야의 높은 미충족 수요와 환자 커뮤니티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불완전한 임상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규제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이러한 사렙타의 성공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엘레비디스의 안전성 이슈로 인한 매출 급감, 여기에 더해 지난 11월 엑손 스키핑 제제(비욘디스 53, 아몬디스 45)의 임상 3상(ESSENCE) 실패까지 겹치며 파이프라인 전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FDA는 이미 엘레비디스에 대해 시판 후 관찰 연구(PMR)를 통한 엄격한 재검증을 예고했다. 약 200명 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 연구에서조차 확실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적응증 축소를 넘어 시장 퇴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난 1월 26일 공개된 3년 장기 추적 데이터는 사렙타에게 절실했던 반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외부 대조군 대비 기능 저하 속도를 73% 늦췄다는 결과는 엘레비디스가 단순한 단기 요법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질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성 우려로 위축된 처방 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국 향후 관전 포인트는 이번 장기 데이터가 실제 매출 회복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회사 측은 2026년 매출 하한선을 5억 달러로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충족 수요'라는 혜택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사렙타는 데이터와 숫자로 엘레비디스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시험대 위에 섰다.
Editor 이태계, 서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