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의 문을 연 2026년 1월, FDA의 신약 승인 일정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희귀질환과 면역질환, 안과·응급의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품목이 허가 심사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연초부터 의미 있는 승인 모멘텀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월에는 면역글로불린 A(IgA) 신증 치료제로 이미 시장에 진입한 ‘필스파리(Filspari, sparsentan)’의 국소분절 사구체경화증(FSGS) 적응증 추가를 위한 sNDA 심사가 예정돼 있다. 고셔병 치료제 분야에서는 사노피의 ‘세레자임(Cerezyme)’과 파밍그룹의 ‘레니올리십(leniolisib)’이 각각 sBL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규 신약 허가(NDA) 심사도 이어진다. 동종 유래 EBV 특이 T세포 치료제인 아타라 테라퓨틱스의 ‘에브발로(Ebvallo)’, 광동제약이 국내 판권을 확보한 노안 치료제 텐포인트 테라퓨틱스의 ‘브리모콜(Brimochol)’, 바늘 없는 아나필락시스 치료제로 주목받는 어퀘스티브 테라퓨틱스의 ‘아나필름(Anaphylm)’이 FDA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더파마뉴스는 이 가운데 두 개 신약 후보를 중심으로 임상적 근거와 시장 영향도를 짚어본다.
세계 최초 동종 T세포 치료제, 드디어 FDA 문턱 넘어서나
2022년 유럽에서 2세 이상 소아·성인의 재발성/불응성 EBV 양성 PTLD 치료제로 최초 승인을 받은 동종 T세포 치료제 에브발로(Ebvallo, 타벨레클류셀)가 2026년 1월 10일 미국 FDA 허가 결정을 앞두고 있다. 개발사는 아타라 바이오테라퓨틱스(Atara Biotherapeutics)이며, 피에르 파브르 라보리뚜아(Pierre Fabre Laboratories)는 미국을 포함한 유럽 외 지역에서 임상개발, 허가, 제조,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PTLD(Post-Transplant Lymphoproliferative Disorder)는 장기이식이나 조혈모세포이식 후 면역억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림프계 암성 질환이다. 면역이 억제되면 몸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그 결과 EBV에 감염된 B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림프종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료가 어려워, 특히 재발·불응성 환자에서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브발로는 항체치료나 화학요법처럼 약물이 직접 종양을 공격하는 방식과 다르다. EBV를 인식하는 T세포를 이용해 EBV에 감염된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동종(allogeneic) T세포 면역치료제다.
에브발로의 목표 환자군은 더 좁고 명확하다. PTLD 환자 중 EBV 양성군(약 60~80%) 가운데서도, 면역억제제 감량과 리툭시맙 기반 1차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고위험군(약 25~35%)을 직접 겨냥한다. 이 환자군은 표준치료 실패 이후 예후가 매우 나쁘다고 알려져 있으며, 보고에 따르면 평균 생존기간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에서 3주, 고형장기이식 환자에서 약 4.1개월 수준이다. 이런 배경에서 에브발로는 해당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 최초의 치료 전략으로 평가된다.
작용기전은 명확하다. 건강한 공여자에서 확보한 EBV 특이적 기억 T세포를 미리 제조·보관해 두었다가(off-the-shelf), 필요 시 환자에게 투여해 손상된 항바이러스 T세포 면역을 빠르게 보강하는 방식이다. 투여된 T세포는 EBV 항원을 발현하는 종양성 B세포를 인식해 세포독성 작용으로 선택적으로 제거하며, EBV 음성 정상 세포에 대한 비특이적 공격은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 환자 개별 세포를 채취해 수주간 제조가 필요한 CAR-T와 달리, 즉시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에브발로의 핵심 차별점이다.
유럽 승인 근거가 된 ALLELE 임상 시험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48.8%(p<0.0001)가 확인됐다. 대상이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는 재발·불응성 EBV+ PTLD 환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상적 의미는 더욱 크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CAR-T 치료제에서 흔히 문제 되는 중증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나 신경독성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찰됐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브발로는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및 희귀의약품(Orphan Drug) 지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에브발로는 한 차례 미국 FDA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5년 초 FDA는 보완요구서한(Complete Response Letter, CRL)을 통해 허가를 보류했는데, 임상 효능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제3자 제조시설에 대한 사전 허가 심사 과정에서 GMP 준수 관련 미비점이 지적된 데 따른 조치였다. 즉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조 공정과 품질 시스템이 허가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사례는 오늘날 세포치료제가 직면한 구조적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치료제는 원료 세포 상태와 배양·보관·해동 과정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최종 제품의 특성과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동종 세포치료제는 한 번의 생산 배치가 다수 환자에게 투여되기 때문에, 배치 간 일관성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FDA는 세포치료제에서 공정 전반의 일관된 관리·통제가 입증되도록 CMC·GMP 기준을 특히 엄격하게 적용한다.
CRL 통보 이후 아타라는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에브발로 단일 자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제조 공정 보완과 품질 시스템 정비를 진행하는 한편, FDA와의 협의를 거쳐 2025년 하반기 BLA를 재제출했고 우선심사 지위도 다시 확보했다. PDUFA는 2026년 1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승인될 경우 에브발로는 미국에서 재발·불응성 EBV 양성 PTLD를 대상으로 한 첫 허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승인 여부는 단일 제품의 성패를 넘어선다. 에브발로가 미국에서 허가를 받는다면, 아타라가 구축해 온 EBV 특이적 동종 T세포 플랫폼의 기술성과 제조 역량을 규제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피에르 파브르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본격 가동되면서, 아타라는 직접 상업화 부담을 크게 지지 않은 채 마일스톤과 로열티 중심의 현금흐름 경로를 확보하게 된다. 결국 에브발로의 승인은 아타라에 기술 검증과 사업 지속성을 동시에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으로 작용한다.
아나필락시스 치료, 이제는 주사가 아니라 설하가 새로운 표준?
설하용 에피네프린 필름 ‘아나필름(Anaphylm)’이 2026년 1월 미국 FDA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어퀘스티브 테라퓨틱스(Aquestive Therapeutics)가 개발한 이 제품은 혀 밑 점막에 부착해 투여하는 설하 필름 제형의 에피네프린으로, 아나필락시스를 포함한 중증 알레르기 반응 치료를 목표로 한다. 승인될 경우 미국에서 최초의 설하용 에피네프린이 된다.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제형이 새로워서가 아니다. 자가주사형 에피네프린이 실제 응급 상황에서 제때 사용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다는 점에서다.
아나필락시스는 수 분 내 기도 폐쇄, 저혈압, 심혈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응급질환이다. 치료의 성패는 약효 그 자체보다 얼마나 빨리, 실제로 투여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표준 치료인 자가주사형 에피네프린은 바늘 공포, 사용 난이도, 휴대 불편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 투여가 지연되거나 아예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보고된 사망 사례 중에는 현장에 에피네프린이 없었거나, 응급의료진 도착 전 투여가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반복적으로 언급돼 왔다.
이 같은 현실 인식 속에서 최근 아나필락시스 치료 개발의 중심축은 ‘약물 자체’가 아니라 ‘전달 경로’로 이동했다. 무작위 대조 임상이 윤리적으로 어려운 질환 특성상, FDA도 자가주사기 대비 약동학·약력학(PK/PD) 지표를 근거로 임상적 유효성을 판단하는 접근을 받아들이고 있다. 핵심은 명확하다. 주사제를 대체할 만큼 충분한 전신 노출을 확보하면서도, 실제 응급 상황에서 투여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제형이다.
이 흐름에서 먼저 부상한 비침습적 대안은 비강 투여였다. 비강 점막은 혈관 분포가 풍부하고 바늘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주사 대비 심리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한 비강 에피네프린 스프레이 ‘네피(neffy)’는 비주사 대안으로 FDA 승인을 획득하며 ‘전달 경로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성인에서 최대혈중농도(Cmax)는 네피가 485 pg/mL, 자가주사기(EpiPen)가 581 pg/mL로 네피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
흡수 속도를 나타내는 Tmax(투여 후 혈중 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 역시 응급질환에서는 중요한 지표다. 이 지표에서도 네피는 20분, 에피펜은 10분으로, 초기 노출 속도는 근육 주사 쪽이 우위였다. 네피는 총 5건의 임상시험을 근거로 2024년 FDA 승인을 받았고, 2025년에는 소아 환자까지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실제 진료 현장을 반영한 RWD에서도 치료 성공률이 88.6%로, 주사형 에피네프린(88.9%)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이 경쟁 구도의 다음 단계로 부상한 해법이 설하 투여이며, 그 대표 주자가 아나필름이다. 설하 점막은 혈관 밀도가 높아 약물을 비교적 빠르게 전신 순환으로 전달할 수 있다. 코막힘이나 비염 등 비강 상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바늘이나 기기, 물 없이 혀 밑에 부착하는 방식은 응급 상황에서의 실행 가능성을 높인다. 얇은 필름 형태라 휴대 부담도 크지 않다.
아나필름은 이런 가설을 PK 지표로 뒷받침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알레르겐 노출을 포함한 3상 시험에서 최대혈중농도(Cmax)는 470 pg/mL로, 동일 시험 내 에피펜(469 pg/mL)과 사실상 동등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흡수 속도다. Tmax 중앙값은 아나필름이 12분, 에피펜이 20분으로 오히려 아나필름이 더 빨랐다. 설하 흡수가 초기 혈중 노출을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7~17세 소아 임상에서도 약물 흡수와 혈압·심박수 반응이 성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되며, 연령 확장 가능성도 뒷받침됐다.
이 지표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설하 필름은 비주사 제형이면서도 주사제와 동등한 전신 노출을 확보했고 흡수 속도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네피가 ‘사용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해법이었다면, 아나필름은 PK 지표 자체로 주사제 대체 가능성을 한층 더 구체화한 사례로 읽힌다. 전달 경로의 실용성과 임상적 완성도를 함께 겨냥했다는 점에서, 아나필락시스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될 수 있는 변곡점에 서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어퀘스티브는 2025년 6월 NDA를 제출했고, FDA의 목표 심사 완료일(PDUFA)은 2026년 1월 31일이다.
비강과 설하라는 새로운 전달 경로의 등장은 단순한 선택지 확대가 아니다. 아나필락시스 치료가 실패하는 이유가 ‘약이 없어서’라기보다, 실제 응급 상황에서 제때 투여하지 못해서였다는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임상 데이터는 그 해법이 설하 필름 아나필름에서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FDA 1월 심사, 2026년을 가늠하다
에브발로는 동종 유래 T세포 치료제가 임상 효능뿐 아니라 제조 일관성이라는 현실적 허들까지 함께 넘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승인 여부는 단일 품목의 성패를 넘어, 동종 세포치료제 플랫폼 전반에 대해 규제 당국이 어느 수준까지 신뢰를 부여할지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반대로 아나필름은 아나필락시스 치료의 병목이 ‘약물의 존재’가 아니라 응급 상황에서의 실제 투여 가능성이었다는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비주사 제형이 주사제와의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PK/임상 데이터로 설득한다는 점에서 시장적 함의가 크다.
이외에도 눈여겨볼 FDA 일정이 더 있다. 광동제약이 국내 판권을 확보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한 노안 치료제 ‘브리모콜(Brimochol)’은 미국 승인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도 상업화 논의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 기존 노안 치료제들이 기대만큼 시장을 열지 못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FDA의 판단은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시장 형성 가능성을 가늠하는 신호로 읽힌다.
면역·신장질환 영역에서는 ‘필스파리(Filspari)’의 FSGS 적응증 확장(sNDA)이 핵심 변수다. FSGS는 진단 후 10~20년 이내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원인 기전을 직접 겨냥해 허가받은 근본적 치료제가 사실상 부재한 영역이다. 이번 심사는 희귀 신장질환 시장에서 치료 옵션의 축을 옮길 수 있는 일정으로 평가된다. 또한 사노피의 고셔병 치료제 ‘세레자임(Cerezyme)’은 연령 제한 완화 등을 포함한 sBLA 심사를 통해, 이미 확립된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초에 몰린 이번 FDA 일정은 2026년 한 해 동안의 개발 전략과 상업화 우선순위가 어디로 이동할지 가늠하게 하는 초기 신호다. 어느 품목이 승인되느냐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규제의 기준과 시장의 반응이 2026년 산업 지형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작성자 남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