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마뉴스’의 창간 기념 기고의 주제를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로 정하였습니다. 본 시리즈는 총 3회에 거쳐 기고할 계획이며, 본 기고는 2회차 기고로서 제도 전반에 대해 해설해드리고자 합니다.

1. 제도의 탄생과 구조
2015년 3월, 한국 제약 산업의 경쟁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꾼 제도가 시행되었다.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이하 '허특제')가 그것이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도입이 예정되었고, 미국의 Hatch-Waxman Act를 모델로 설계된 이 제도는 신약 특허권자를 보호하면서도 제네릭 의약품의 조기 시장 진입을 유인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한마디로,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가 법적 수단을 무기로 벌이는 '제도화된 전쟁터'이다.
기고자는 제약·바이오 기업 실무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본 제도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은 바 있기에, 이번 기고를 통해 법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해설해 드리고자 한다.
2. 허특제의 법적 근거와 핵심 구조
허특제의 법적 근거는 「약사법」 제50조의2부터 제50조의10까지에 집중되어 있다. 조문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50조의2: 특허목록 등재 — 오리지널사가 보유한 특허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특허목록에 등재하는 근거
제50조의4: 품목허가 신청 통지 — 제네릭사의 품목허가 신청 시 오리지널사에 통지하는 의무
제50조의5·6: 판매금지 신청·결정 — 오리지널사가 제네릭 출시를 막기 위해 신청하는 판매금지 절차
제50조의7·8: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 — 특허 도전에 성공한 최초 제네릭사에 부여하는 9개월 독점판매권
제50조의10: 판매금지 효력 소멸 — 판매금지가 해제되는 요건
이 조문들이 보여주듯이 허특제는 단순히 특허권자만을 보호하는 제도는 아니며, 특허를 무너뜨리는 쪽에도 9개월 독점판매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결국 이 제도의 진짜 목적은 "오리지널사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제네릭사의 조기 진입을 유도하여 상호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데"에 있다.
3. 5단계 절차 — 허특제를 이해하는 핵심

허특제는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각 단계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이 제도 이해의 출발점이다.
【1단계】 특허목록 등재
오리지널사는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관련 특허를 식약처 특허목록에 등재해야 한다. 등재 가능한 특허의 유형은 물질특허, 제형특허, 조성물특허, 의약용도특허의 네 가지이다. 이 단계는 제도 전체의 출발점인 만큼, 어떤 특허를 등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포장'이 결합된 복합 청구항의 경우 등재 가능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실제 발생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상세히 다룬다.
【2단계】 품목허가 신청 + 통지
제네릭사가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신청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등재 특허의 특허권자(오리지널사)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 통지는 허특제 절차 전체의 기산점(D-day)이 된다. 이후 판매금지 신청과 우판권 요건 충족을 위한 9개월 카운트다운이 이 시점부터 시작된다.
【3단계】 판매금지 신청 — 오리지널사의 방어 수단
통지를 받은 오리지널사는 45일 이내에 식약처에 판매금지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통지일로부터 9개월간 해당 제네릭 의약품의 판매가 금지된다. 이 9개월은 오리지널사가 특허를 방어하고 침해금지 소송 등 후속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이기도 하다.
【4단계】 특허심판 선행 — 제네릭사의 공격 수단
제네릭사가 우판권을 노린다면 적극적인 특허 공격에 나서야 한다. 활용 가능한 심판의 종류는 세 가지다. 첫째, 무효심판으로 특허 자체를 소멸시키는 방법. 둘째, 존속기간연장등록 무효심판으로 연장된 존속기간만을 무효화하는 방법. 셋째,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소극적 권범심)으로 자신의 제품이 해당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음을 확인받는 방법이다. 단, 소극적 권범심과 관련하여는 최근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어서 유의를 요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고에서 설명드리고자 한다.
【5단계】 우판권 취득 — 공격 성공 시 보상
특허 도전에 성공하면 9개월의 독점판매권, 즉 우판권(우선판매품목허가)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요건이 까다롭다. ① 특허목록 등재 특허와 관련하여 최초로 품목허가를 신청했을 것, ② 특허심판원에 최초로 심판을 청구했거나 최초 심판청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했을 것, ③ 특허권자가 통지받은 날로부터 9개월 이내에 인용심결(무효 또는 비침해 확인)을 받았을 것 —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우판권은 없다.
4. 오리지널사 vs 제네릭사 — 방어자와 공격자
허특제는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 양측이 각각 방어자와 공격자의 입장에서 진행하는 ‘게임’과 같다.
오리지널사(방어 측)의 전략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특허목록 등재를 통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 둘째는 제네릭사의 품목허가 신청 통지를 받자마자 45일 이내에 판매금지를 신청해 9개월 출시 지연을 확보하는 것, 셋째는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나 특허침해금지 가처분을 통해 침해를 확인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가끔 역지급 합의(Pay-for-Delay)도 선택지로 고려하나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극히 신중해야 한다.
제네릭사(공격 측)의 전략은 세 갈래다. 무효심판으로 특허 자체를 소멸시키거나, 소극적 권범심으로 비침해를 확인받거나, 존속기간연장등록 무효심판으로 연장된 보호 기간만 공략하는 방법이다. 공격에 성공할 경우 9개월 독점판매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오리지널사 입장에서는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오리지널사가 제네릭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대신 제네릭사가 시장 진입을 포기하기로 하는 역지급 합의(Reverse Payment)는, 겉으로는 특허 합의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실제 대법원은 2012두24498 판결에서 이러한 역지급 합의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판례에 대해서도 다음 편에서 상세히 분석한다.
5. 2023년 약사법 개정 — 우판권 취득 후 2개월 내 판매 의무
2023년 8월 개정되어 2024년 2월 17일부터 시행 중인 약사법에는 중요한 변경 사항이 있다. 우판권을 취득한 제네릭사는 이제 2개월 이내에 해당 의약품을 실제로 판매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하지 않을 경우 우판권이 취소될 수 있다.
이 개정은 우판권을 취득해 놓고도 전략적 이유로 판매를 미루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우판권 취득을 목표로 하는 제네릭사라면, 허가 신청과 특허 심판을 병행하면서 동시에 실제 판매 일정도 미리 수립해두어야 한다. 우판권 취득 이후 실제 판매가 없다면 9개월 독점판매라는 과실이 사라질 수 있다.
6. 허특제 실무 체크리스트 — 오리지널사 vs 제네릭사

※ 아래 체크리스트는 극히 일부만을 수록한 것이므로, 실제 전략 수립 시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시기를 권장드린다(누락된 내용에 대해 기고자는 별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오리지널사(방어)
□ 품목허가 후 30일 이내 특허목록 등재
□ 포장을 포함한 복합 청구항(제형 종속항)도 등재 여부 검토
□ 존속기간 연장 시 연장된 용도·청구항 범위 명확하게 기재
□ 라스트 특허 등재 검토 — 중간 특허만 등재하면 제네릭이 우회 가능(*단, 미등재 특허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실제 등재 여부와 관련해서는 전략적 판단 필요)
□ 역지급 합의의 경우 반드시 공정거래법 리스크 사전 검토
▶ 제네릭사(공격)
□ 등재 특허 목록 전수 조회 및 미등재 특허 전수 조사하여 전체 관련 특허 확인(*반드시 미등재 특허에 대해서도 조사 필요)
□ 무효심판 vs 소극적 권범심 선택 — 실질적 다툼 존재 여부 사전 확인
□ 통지받은 날을 D-day로 설정, 9개월 이내 인용심결 확보 계획 수립
□ 최초 심판청구 지위 확보(또는 최초 청구 후 14일 이내 추가 청구)
□ 우판권 취득 후 2개월 이내 판매 개시 일정 사전 준비
7. 결론 — 허특제의 핵심은 '타이밍과 전략의 정밀성'
기고자는 최근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강의에서 "허특제의 핵심은 타이밍과 전략의 정밀성"이라고 강조드린 바 있다.
실제로 허특제는 특허 전략, 허가, 공정거래 등 다양한 법적 영역이 교차하는 영역으로서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또한 기한 준수가 중요한 절차여서 45일, 9개월, 14일, 2개월 등 촘촘한 기한들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소중한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허특제를 준비하시는 실무자분들께서는 이러한 점들을 꼼꼼히 챙기셔야 한다.
기고자는 다음 편에서는 허특제를 둘러싼 2021~2025년의 핵심 판례 세 편을 분석하여, 허특제와 관련한 최근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드리면서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 본 기고문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일형 변호사(ihlee@riolaw.co.kr)는 약사·변리사·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겸유한 의료제약·특허 전문 변호사로, 현재 의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로펌인 법률사무소 리오(riolaw.co.kr)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