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 밸리에 35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생산 시설을 건립한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예고한 '릴리 인 아메리카' 투자 계획의 마지막 단계로 버지니아, 텍사스, 앨라배마에 이은 네 번째 생산 거점 확정이다. 해당 시설은 주사제 및 기기 제조에 집중하며 특히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트리플 호르몬 수용체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 생산의 핵심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신규 공장은 펜실베이니아 포겔스빌 지역에 위치하며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31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일라이 릴리는 이곳에 엔지니어, 과학자, 운영 인력 등 약 850명의 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적의 입지 선정을 위해 300개 이상의 후보지를 검토했으며 리하이 밸리의 STEM 대학 인접성, 기술 제조 경제 기반, 기존 인프라 등을 최종 선정 이유로 꼽았다. 과거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이번 투자를 통해 첨단 바이오 제조 허브로의 전환을 꾀하게 됐다.
이번 시설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통합 모니터링 및 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이 대거 도입된다. 일라이 릴리는 지역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인재 육성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는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으며 리하이 밸리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생산 능력을 더할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필수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의 이번 행보는 2020년 이후 미국 내 제조 시설 확장에 투입한 5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최근 1년간 발표된 4개 공장에 대한 27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수입 관세 위협에 대한 전략적 대응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로 주요 제약사들의 제조 시설 본국 회귀를 압박해 왔으며 일라이 릴리를 포함한 대형 제약사들이 이에 화답하는 양상이다.
펜실베이니아 공장 발표에 앞서 일라이 릴리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60억 달러 규모의 원료의약품(API) 시설 건립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경구용 GLP-1 제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포함한 펩타이드 및 저분자 화합물을 생산한다. 또한 텍사스 휴스턴에는 65억 달러를 투입해 심혈관 대사 질환, 종양, 면역 및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위한 API 공장을 구축 중이며 버지니아주 구칠랜드 카운티에도 바이오접합체 및 단클론항체 포트폴리오를 위한 50억 달러 규모의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