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이 2025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매출 확대가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2022년 말 취임한 이동훈 대표 체제에서 진행된 비용 구조 재정비가 맞물리며 손익 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수익성 회복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이동훈 대표의 이력과 경영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이 대표는 공인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해 삼정KPMG 투자자문 본부장과 SK 바이오 투자센터장을 거친 대표적인 투자 전문가다.
그는 2012년 동아쏘시오그룹 내 동아제약 사업개발실 실장(전무)으로 합류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으며,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와 동아에스티 글로벌사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하며 신약 개발부터 허가·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험했다. 재무·투자 전문가로서의 시각을 바탕으로 자본 효율성과 비용 구조 개선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를 보여왔다. 이러한 배경은 SK바이오팜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운영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세 지표를 살펴보면 SK바이오팜의 2025년 연간 매출액은 약 7,067억 원, 영업이익은 2,039억 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 취임 전인 2022년 영업적자가 1,310억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취임 첫 해인 2024년 963억 원의 흑자 전환에 이어 2025년 사상 최대 이익 달성까지 3년 만에 이뤄낸 구조적 반전이다. 핵심 품목인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이 4억 4,32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44% 증가했으며, 특히 연간 영업이익이 약 112% 늘어나며 수익성 개선 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제품 매출 확대와 함께 판관비 효율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미국 직판 체계 운영 과정에서 커진 고정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비용 구조 전반을 재정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행보는 비용 관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한 달의 절반 이상을 미국 현지에 상주하는 등 영업 전선을 직접 지휘하며 현지 병의원 영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국내외 조직 간의 소통 격차를 줄이는 '필드형 CEO'의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기 위해 직접 미국 전역을 뛰어다니며 의사들과 PBM(약제급여관리)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직접 밝혔다. 현장 영업사원들과 1년 반 동안 전략을 재정비한 결과, 주요 뇌전증센터 의사와의 접점이 촘촘해졌다. 이는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신규 환자 처방수가 매 분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으며, 2025년 4분기 기준 미국 처방량이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하는 성과로 연결되었다. 이 대표는 엑스코프리의 2029년 미국 매출 목표를 10억 달러으로 제시하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의 도약을 공언했다. 엑스코프리의 중국 NMPA 신약 허가 획득과 소아 대상 임상 확대 등 적응증 확장이 순차적으로 추진될 경우, 추가적인 매출 성장 여력도 기대된다.
다만 현재의 성장 구조는 단일 품목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는 점에서 향후 과제도 분명하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비 비율은 2022년 50.0%에서 2024년 29.5%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로, 파이프라인 강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SK바이오팜은 최근 방사성의약품(RPT) 및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신규 플랫폼 기술 도입을 공식화했으며, RPT 신약 후보물질 'SKL35501'의 임상 1상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차기 후속 제품으로는 기존 엑스코프리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중추신경계(CNS) 계열 의약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연내 도입 발표가 예상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 구축과 글로벌 벤처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연구 효율성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