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의 창업주 서정진 회장이 2026년을 ‘혁신의 시기’로 규정하며 경영 일선에서의 속도전을 선언했다. 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6년부터 2028년까지의 3개년을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위한 기반 구축 기간으로 설정하고, 스스로를 적토마에 비유하며 현장 중심의 경영 강화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제약·바이오 전공자가 아닌 산업공학도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1983년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같은 해 삼성전기에 입사하며 샐러리맨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85년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기업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으며, 1990년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경영 감각은 1991년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발휘되었으나,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사직의 길을 걸었다.
위기는 창업의 기회가 되었다. 서 회장은 1999년 넥솔(현 셀트리온홀딩스)을 설립하며 홀로서기에 나섰고, 2002년 셀트리온을 세우며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9년부터는 셀트리온제약 대표이사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설립을 주도하며 연구개발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완성했다. 2020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그룹 성장 정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2023년 3사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며 다시 전면에 나섰다.
복귀 이후 서 회장이 강조한 키워드는 ‘체질 전환’이다. 그는 AI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생산·판매 전 과정을 효율화하고, 바이오시밀러 중심 구조를 넘어 신약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2038년까지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41개로 늘리는 한편, 이중항체·다중항체·비만 치료제 등 20종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CT-G32는 사중 작용제 형태로 개발돼,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돼 온 근육 손실 문제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거점 확충과 디지털 헬스케어로의 확장 역시 서 회장이 직접 챙기는 변화의 축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시설 등에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직접 판매망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인도와 중국에 설립될 법인을 거점으로 바이오, IT, 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 중이다. 또한 올해는 임직원과 함께 현장 구석구석을 직접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