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7일, GSK가 중국 바이오텍 시란바이오(SiranBio)의 ALK7 표적 siRNA 후보물질 SA030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과 개발·상업화 마일스톤을 합산하면 최대 10억 500만 달러(약 1조 4,560억 원) 규모이며, 중국 본토·홍콩·마카오·대만을 제외한 전 세계 권리를 GSK가 확보했다.
흥미로운 점은 GSK가 그동안 GLP-1 비만 치료제 경쟁에는 비교적 선을 그어왔다는 점이다. GSK의 CEO 루크 미엘스(Luke Miels)는 올해 초 실적 발표 자리에서 GLP-1 시장이 “매우 붐빌 것(I think it’s going to be very crowded)”이라며, GSK의 초점은 체중 감량 자체보다 비만 이후 발생하는 지방간·간섬유화 등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GSK는 과거 비만 치료제 알리(Alli, 성분명 올리스탯)의 미국 판권을 보유했던 이력이 있지만, 최근의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확보 경쟁에서는 화이자(Pfizer)나 로슈(Roche)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런 GSK가 이번에는 임상 1상도 마치지 않은 비만 치료 후보물질에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베팅했다. 인크레틴 계열에서 타 빅파마와 직접 경쟁하는 대신, 지방조직 대사라는 새로운 축을 통해 비만·대사질환을 공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왜 ALK7인가: 비만은 하나의 질환이 아니다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등장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비만 환자가 같은 방식으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도 드러냈다.

위고비의 승인 근거가 된 STEP 1 임상에 따르면, 위고비 투약군은 68주 간의 치료 결과 위약군 대비 12.4%p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충분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104주간의 장기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32.2%는 5% 미만 감량에 그치거나, 오히려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GLP-1 계열 치료제의 강점은 식욕 조절에 있다. 중추신경계의 식욕 신호를 억제하고 위 배출을 늦춰 섭취 열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즉, 식욕 증가, 포만감 조절 이상, 그리고 보상회로 이상이 주요 원인인 비만 환자군에서는 매우 강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비만이 식욕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내장지방 축적, 인슐린 저항성, 지방조직 염증, 지방세포 대사 기능 저하가 더 중요한 병태일 수 있다. 즉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병태가 섞인 이질적 질환으로 봐야 한다.

ALK7은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지방조직 중심 타깃이다. ALK7(Activin Receptor-Like Kinase 7)은 지방세포에서 발현되는 수용체로, 지방 축적과 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TGF-β 계열 신호 경로와 연결돼 있다. ALK7을 억제하면 지방 분해 활성화와 에너지 소비 증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내장지방 과잉과 인슐린 저항성을 동반한 대사형 비만에서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계약의 주인공인 시란바이오는 SA030을 GLP-1 계열 및 SGLT2 억제제와 병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로 설명한다. 즉, ALK7 siRNA는 GLP-1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이후 비만 치료가 환자 병태별로 세분화되는 흐름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치료 축에 가깝다.
글로벌 ALK7 siRNA 경쟁 지형
현재 ALK7 표적 치료제 개발에서 siRNA 모달리티가 주목받는 이유는 선택성과 지속성 때문이다. ALK7은 TGF-β 계열 수용체라 저분자 화합물의 선택성 확보가 쉽지 않고, 지방조직 외 췌장·시상하부에도 일부 발현돼 조직 선택적 전달이 중요하다. 또한 siRNA는 ACVR1C mRNA를 분해해 ALK7 발현을 장기간 낮출 수 있어, 만성 비만 치료에 적합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기존 siRNA 치료제의 대표적 전달 방식은 GalNAc-ASGPR 경로다. GalNAc은 간세포 표면의 ASGPR 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에, siRNA를 간으로 보내는 일종의 주소표 역할을 한다. 하지만 ALK7은 전신의 지방세포에서 발현되는 타깃이다. 따라서 ALK7 siRNA 개발사들은 모두 같은 질문에 직면한다. “치료제를 지방조직으로 어떻게 전달하고, 이를 복부 지방 감소와 대사 개선으로 연결할 것인가.”
현재 임상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주요 ALK7 siRNA 자산은 애로우헤드 파마슈티컬즈의 ARO-ALK7,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즈의 ALN-2232, 시란바이오의 SA030 정도로 압축된다.

애로우헤드: 시장의 선두주자
애로우헤드 파마슈티컬스(Arrowhead Pharmaceuticals)는 현재 ALK7 siRNA 경쟁에서 가장 앞선 선발주자다. 가장 큰 차별점은 ALK7 발현 억제(knockdown)를 임상에서 실제로 확인한 첫 번째 기업이라는 점이다.

ARO-ALK7은 애로우헤드의 TRiM™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후보물질이다. 회사에 따르면 TRiM™은 조직 표적 리간드와 세포 내 전달을 돕는 지질 구조를 결합한 방식으로, ARO-ALK7은 이를 지방조직 전달에 적용한 사례다. 현재 ARO-ALK7은 임상 1/2a상(AROALK7-1001, NCT06937203)에서 개발 중이다.
애로우헤드는 2026년 1월 중간 분석에서 ARO-ALK7 투여군의 ACVR1C(ALK7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mRNA가 평균 88%, 최대 9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직 초기 임상 중간 데이터이지만, 인간 지방조직에서 타깃 억제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현재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
앨나일람: RNAi 강자의 지방조직 도전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즈(Alnylam Pharmaceuticals)는 암부트라(Amvuttra), 온파트로(Onpattro) 등 RNAi 치료제를 개발·상업화한 대표 기업이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주로 간 전달을 기반으로 한다. ALN-2232는 앨나일람이 지방조직 표적 RNAi로 영역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ALN-2232는 임상 1상 단계에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투여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병용 투여를 함께 평가하고 있다. 앨나일람이 간 타깃 siRNA에서 쌓아온 개발·허가·상업화 경험을 지방조직 전달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ALK7은 단일 후보물질을 넘어 회사의 RNAi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란바이오: 빅파마의 선택
시란바이오(SiranBio)의 SA030은 이번 GSK 딜을 통해 가장 주목받은 후보지만, 단순한 비만 치료제 자산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

SA030은 시란바이오의 지방조직 전달 플랫폼 STORK-F 기반 ALK7 siRNA 후보물질로, 시란바이오는 전임상 발표자료에서 지방조직 내 높은 노출과 비인간 영장류에서 4개월 이상 지속되는 ACVR1C mRNA 억제 효과를 제시했다.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회사 측은 siRNA를 지방세포로 유도하도록 설계된 지방세포 지향적 전달 기술(adipocyte-directed delivery technology)로 설명한다.
더 중요한 점은 적응증 포지셔닝이다. 시란바이오는 SA030이 내장지방 감소, 근육량 보존, 인슐린 민감도 및 혈중 지질 개선, 지방세포 유래 염증 완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GLP-1 작용제 및 SGLT2 억제제와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K 역시 SA030을 기존 자사의 만성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완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 GSK는 다수의 만성 염증성 질환 환자에서 심혈관·대사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SA030이 이들 환자의 대사 위험을 낮춰 치료 전략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SA030은 GSK에게 단순 비만약이 아니라, 만성 염증·심혈관·대사질환으로 확장 가능한 자산으로 해석된다.
ALK7 치료제 개발 시장은 다음의 세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애로우헤드는 인간 지방조직에서 ALK7 발현 억제를 처음으로 선보인 선도주자, 앨나일람은 검증된 RNAi 개발 역량을 비만으로 확장하려는 RNAi 강자, 그리고 시란바이오는 빅파마와 함께 심혈관·대사질환으로의 확장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 경쟁의 승부처는 지방조직으로의 치료제 전달 효율과, ALK7 타깃을 실질적인 임상적 대사 개선으로 누가 먼저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에서는 올릭스가 동일한 ALK7 타깃의 OLX501A를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다음 편에서는 글로벌 3개 임상 자산과 비교해, 올릭스가 후속 옵션으로 인정받기 위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