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판매량 150% 초과 보관 및 110% 초과 판매 제한
종합병원 현장점검 실시 및 혈액투석 의원 공급 핫라인 가동
정부가 중동 분쟁에 따른 의료제품 수급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주사기와 주사침의 유통 질서 확립에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14일 보건의약단체 및 관계부처와 함께 제3차 보건의약단체 회의를 개최하고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수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0시를 기해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발령했으며, 해당 조치는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고시에 따라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일반·치과용·필터·인슐린 주사기 4종과 비멸균·멸균·치과용 주사침 3종을 폭리 목적으로 과다 보유하거나 판매를 기피할 수 없다. 기존 사업자는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거나 월평균 판매량의 110%를 초과해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신규 사업자 역시 제품 매입 후 10일 이내에 판매하지 않거나 특정 구매처에 과다 판매하는 행위 등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 배경은 이스라엘-이란 분쟁 장기화로 촉발된 나프타 공급망 불안에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 물질의 출발 원료로, 주사기·수액백·혈액투석제통 등 의료용 플라스틱 소재 대부분이 이에 의존한다. 국내 나프타 수요의 약 45%는 수입에 의존하며, 그중 중동산 비중이 60%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나프타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혈액투석 분야는 특히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나프타 수급 불안의 여파가 수액 포장재부터 혈액투석제통까지 의료 소모품 전반으로 번지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소모품을 단순 공산품이 아닌 ‘전략 물자’로 규정했다. 혈액투석은 신부전 환자에게 주기적으로 반드시 시행돼야 하는 필수 치료로, 관련 소모품 수급 차질은 곧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임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장터를 통한 핫라인을 별도로 가동해 전문의원에 주사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위험성을 반영한 조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법 위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고발 등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종합병원 대상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해 의료제품의 재고량과 구매계약 현황을 파악한다. 조사 과정에서 사재기 등 수급 불안을 초래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품목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생산 현장에 대한 지원책도 병행된다. 정부는 필수 의료제품 생산에 필요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우선 배정해 생산량을 유지하고, 원료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에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를 통과한 ‘전쟁 추경’ 예산을 활용해 나프타 수입 단가 차액을 지원하고 원료 도입 속도를 높일 계획이며, 공급 차질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석유화학제품 원료의 매점매석 금지 및 긴급수급조정에 관한 규정 마련도 추진 중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석유화학 원료를 충분히 공급하고 유통 질서를 안정화할 것”이라며 “불안감으로 인한 매점매석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제조 및 유통 기업과 의료기관 등 수요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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