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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글로벌 빅파마 매출 Top 9] 글로벌 빅파마 ‘세대교체’ 본격화… 릴리, 사상 첫 매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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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글로벌 제약 시장은 외형 성장의 온기 속에서도 기업 간 격차가 한층 확대된 한 해였다. 더파마뉴스의 집계에 따르면, 압도적 성장을 기록한 일라이 릴리를 제외한 상위 빅파마들은 평균 5% 내외의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매출 순위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동쳤다. 이는 단순한 규모의 경쟁을 넘어,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전략적 선택이 실적을 가른 것이다.

이들의 운명을 핵심은 ‘메가 트렌드 선점’과 ‘특허 절벽 대응력’이었다. 비만 치료제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기업은 단기간에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며 왕좌를 차지한 반면, 기존 블록버스터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은 성장 국면 속에서도 순위 하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최혜국 약가(MFN) 정책 등의 약가 인하 압박과 주력 품목의 특허 만료로 제약사에 가해지는 부담이 가중되면서, 시장의 판도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업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더파마뉴스는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 업계의 생존 전략과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심층 분석했다.

키트루다 제친 ‘티르제파타이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물 등극

2025년 글로벌 제약업계의 판도를 뒤흔든 단 하나의 기업을 꼽는다면 단연 일라이 릴리(Eli Lilly)다. 릴리는 2025년 연간 매출 651억 7,900만 달러(약 90조 5,0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순위 9위에 머물던 릴리를 단숨에 제약 사업 부문 한정 매출 1위에 올려놨다. 이러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은 역시 GLP-1/GIP 이중 작용제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제품군이었다.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의 2025년 합산 매출은 36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317억 달러)는 물론,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 합산 330억 달러)마저 뛰어넘은 수치다. 단 두 개 품목이 릴리 전체 매출의 56%를 책임지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주목할 점은 릴리가 직면한 ‘약가 인하’라는 거센 역풍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것이다. 현재 릴리는 미국 정부와의 합의를 통한 젭바운드 가격 인하, 중국 국가 의료보험(NRDL) 등재에 따른 마운자로 가격 하락 등 전방위적인 약가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릴리는 ‘가격(Price) 하락’을 ‘물량(Volume) 공세’로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동안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공급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릴리는 미국 앨라배마에 60억 달러 규모의 원료의약품(API) 시설을 구축하고, 유럽에 30억 달러 규모의 생산 기지를 신설하는 등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 4분기에 보여준 폭발적인 출하량은 이러한 설비 투자가 본격적인 결실을 보기 시작했음을 증명한다.

릴리의 이러한 자신감은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행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노보 노디스크가 약가 인하 압박을 이유로 2026년 매출이 최대 13% 감소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가 20% 폭락한 것과 달리, 릴리는 “가격 하락은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며 2026년 매출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25% 성장한 800억~830억 달러로 제시하며 주가를 10% 이상 끌어올렸다.

이러한 릴리의 ‘근거 있는 자신감’은 단순히 현재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비만 치료제의 복용 편의성과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로 향하고 있다. 경구용 GLP-1 후보물질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이미 글로벌 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비만뿐만 아니라 무릎 골관절염 통증 완화에서도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도출하며 적응증 확장을 노리는 등 차세대 비만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2025년이 글로벌 제약 시장의 왕좌를 탈환한 ‘기념비적인 해’였다면, 2026년은 차세대 파이프라인의 상업화와 적응증 확장을 통해 릴리의 ‘독주 체제’가 완전히 굳어지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화이자, Top 10 중 유일한 역성장… 아직도 ‘포스트 코로나’ 극복 못했나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였던 화이자(Pfizer)는 ‘포스트 코로나’의 냉혹한 잔상을 떨쳐내지 못했다. 화이자의 2025년 연간 매출은 626억 달러(약 86조 9,000억 원)로, 상위 10개 제약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2%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매출이 40% 이상 폭락한 뒤 “변동성은 과거의 일이며 예측 가능한 성장의 궤도에 진입했다”던 화이자의 선언을 무색하게 만든 결과다.

화이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코로나19 제품군의 가파른 퇴장이었다. 2025년 연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코미나티(Comirnaty)와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의 합산 매출은 2024년 111억 달러에서 2025년 79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대비 29%나 급감했다. 2024년까지만 해도 감염률 추이에 따라 매출 하락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 시장의 수요는 화이자의 낙관적인 전망보다 훨씬 빠르게 냉각되었다. 팬데믹 기간 화이자를 왕좌로 이끌었던 동력이 이제는 기업 전체의 성장을 갉아먹는 ‘역풍’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화이자는 ‘비코로나 포트폴리오’에 집중하며 미래를 위한 과감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3년 12월,화이자는 430억 달러를 투입해 항암제 전문 기업인 씨젠(Seagen)을 인수했다. 메가 딜이었던 씨젠의 항암제 라인업은 화이자 항암 사업부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비코로나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6%성장했다. 하지만 씨젠이 가져온 신규 매출과 기존 제품들의 선전만으로는 수백억 달러에 달했던 코로나 제품군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인 아브리스보(Abrysvo)가 CDC의 권고 범위 축소로 인해 미국 내 점유율 확보에 난항을 겪은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결국 화이자의 2025년은 팬데믹의 영광을 뒤로하고, 항암제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식하기 위한 ‘인내의 시기’였다. 화이자가 2026년 가이던스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자신한 만큼, 씨젠과의 시너지가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되느냐가 반등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희비 갈린 ‘특허 절벽’ 대응… 애브비의 비상과 머크의 고전

특허 만료라는 해묵은 과제를 대하는 전략에서도 기업 간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가장 돋보이는 회복력을 보여준 곳은 애브비(AbbVie)다. 애브비는 과거 전 세계 매출 1위였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의 특허 만료로 인한 거대한 매출 공백을 차세대 블록버스터인 스카이리지(Skyrizi)와 린버크(Rinvoq)로 완벽하게 메웠다. 2025년 애브비는 이 두 제품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 대비 9%의 견조한 매출 성장을 기록, 전체 순위 3위로 올라서며 ‘포스트 휴미라’ 시대로의 성공적인 안착을 증명했다.

반면, 머크(Merck & Co.)는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의 특허 만료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주력 제품들의 성장세가 완만해진 가운데 신규 파이프라인의 수혈이 늦어지며 2025년 매출 성장률은 2% 수준에 머물렀다. 그 결과, 지난해 릴리와 화이자에 이어 2위권 경쟁을 벌이던 머크의 순위는 7위까지 크게 밀려났다. 이는 특정 제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특허 만료 국면에서 얼마나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2025년의 글로벌 빅파마 성적표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특허 만료 이전부터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기업만이 생존을 넘어 도약할 수 있다는 냉혹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급변하는 정책 환경과 기술적 진보 속에서 미래 파이프라인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을 갖춘 기업만이 글로벌 제약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자격을 얻게 될 전망이다.

Editor 남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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