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회사 홈페이지
로슈(Roche)가 미국 소재의 디지털 병리 및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전문 기업인 패스AI(PathAI)를 인수하는 확정적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는 2021년부터 이어온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결정되었으며, 로슈는 이를 통해 AI 기반 진단 분야의 기술적 전환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거래 규모는 선급금 7억 5,000만 달러에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른 추가 지급액 3억 달러를 포함해 최대 10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패스AI의 핵심 기술인 이미지 관리 시스템(IMS)인 AISight는 디지털 병리 실험실 내에서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를 분석하고 워크플로우를 통합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로슈는 자사의 디지털 병리 포트폴리오에 패스AI의 솔루션을 결합하여 기존의 수동 작업 위주였던 병리 진단 공정을 완전 자동화된 AI 기반 프로세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는 진단 속도를 높이고 의료진에게 정밀한 분석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환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단 부문 외에도 로슈의 제약 서비스 경쟁력 강화가 이번 인수의 주요 목적으로 꼽힌다. 패스AI가 보유한 AI 기반 중개 연구 및 임상 시험 지원 역량은 로슈의 동반 진단 전문성과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양사의 기술 통합은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약물 타겟 발굴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진단 도구 제공 서비스의 가치를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로슈 진단의 최고경영자(CEO)인 매트 소즈(Matt Sause)는 "디지털 병리는 암 정밀 진단을 개선하고 의사가 환자에게 더 적합한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도록 돕는 잠재력을 지녔다"며 "패스AI의 도구와 로슈의 종양 진단 플랫폼을 결합해 전 세계 환자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AI의 CEO 앤디 벡(Andy Beck) 역시 "로슈와의 협력은 AI 기반 병리학을 통해 환자 결과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미션을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실현하는 새로운 시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 절차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며, 패스AI는 로슈의 진단 사업부로 편입된다. 로슈는 패스AI의 솔루션을 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여 급성장하는 디지털 병리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국내 AI 진단 기업 루닛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루닛은 이미 로슈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022년에는 로슈 중동법인 및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와 함께 AI 유방촬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중동 시장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24년에는 로슈진단의 네비파이 디지털 병리 플랫폼에 AI 병리분석 솔루션 ‘루닛 스코프 PD-L1’을 통합한 바 있다. 특히 루닛 스코프 PD-L1은 디지털 병리 이미지에서 PD-L1 발현을 분석해 면역항암제 치료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솔루션으로, 로슈가 구축해온 디지털 병리 생태계 안에 들어간 대표적인 외부 AI 솔루션 중 하나였다.
다만 로슈가 패스AI를 완전 인수하면서, 기존의 개방형 파트너십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패스AI는 이미지 관리 시스템 AISight를 비롯해 AI 기반 병리 워크플로우와 바이오마커 분석 역량을 보유한 기업으로, 로슈는 이를 자사 진단 사업부에 편입해 전 세계 병리 실험실과 바이오파마 고객을 대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로슈 플랫폼 내에서 외부 AI 솔루션들이 공존하던 구조가 장기적으로는 로슈가 직접 보유한 AI 병리 기술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루닛 입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사인 패스AI가 로슈의 유통망과 진단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 만큼 경쟁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동시에 독립 AI 병리 파트너로서의 차별성이 부각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