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투자 시장에서 “헬스케어”와 “M&A”라는 두 개념이 한 문장 안에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재무적 투자자가 경영권을 인수하고, 이후 적극적인 밸류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바이아웃(Buyout) 자본의 관점에서, 헬스케어는 그간 국내 M&A 시장의 주류 산업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신약 개발은 대규모 연구개발비와 장기간의 임상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전통 제약사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CDMO와 같은 대형 생산 인프라 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전략적 플레이어가 주도했다. 그 외 의료기기, 진단, 의료서비스, 미용의료와 같은 투자 가능 영역은 각각의 성장성을 보였으나, 대형 M&A 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해 적극적으로 밸류업하는 성공 사례가 흔치 않았다. 다시 말해, 투자자 입장에서 헬스케어 산업은 기술, 규제,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를 요구할 뿐 아니라, 애초에 대형 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할 만큼 충분한 규모와 접근성을 갖춘 기업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5~10년 사이, 이 흐름은 분명히 바뀌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은 더 이상 벤처캐피탈과 전략적 투자자만의 영역이 아닌, 국내와 글로벌 사모펀드도 적극적으로 경영권 거래를 검토하고 실행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눈에 띄게 증가하는 국내 헬스케어 바이아웃 사례
[가장 한국적인 산업]

첫 번째 예시는 가장 한국적인 산업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뷰티·에스테틱 산업이다.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은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바이아웃 사례가 등장한 영역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PE인 베인캐피탈은 2017년 한국 보툴리눔 톡신·필러 기업 휴젤의 경영권 지분을 약 9,275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휴젤은 또 한 차례 외국계 컨소시엄을 통한 바이아웃을 거치게 된다. 2021년 CBC Group이 주도하고 GS, IMM, Mubadala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베인캐피탈로부터 휴젤 지분 약 46.9%를 인수하는 거래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한국 미용의료 기업과 해당 산업이 더 이상 국내 바이오 기업의 범주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투자자와 전략적·재무적 투자자가 함께 주목하는 매력적인 자산군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전통 정밀 제조업 강자]
한국이 강점을 보여온 정밀 제조업 분야 중 덴탈 산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2022년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MBK Partners는 3D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를 약 2.4조 규모로 인수했다. 이어 2023년에는 MBK Partners와 Unison Capital Korea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하며 국내 최대 덴탈 임플란트 기업의 경영권 거래를 주도했다.
이 사례는 글로벌 및 국내 PE가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치과 의료기기 산업에서 디지털 덴티스트리와 임플란트라는 핵심 축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덴탈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 대표적인 거래로 볼 수 있다. 고성장하는 디지털 덴탈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1위급 자산을 여럿 인수한 뒤, 수직 계열화와 글로벌 확장을 통해 밸류업을 추진하려는 PE식 헬스케어 투자 전략을 보여준다.
[급부상하는 국내 제약 R&D]

최근에는 전통 제조업을 넘어 제약·바이오 영역까지 재무적 투자자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ADC와 단백질 분해 기술을 결합한 DAC 플랫폼을 개발하는 바이오텍 오름테라퓨틱스를 들 수 있다. 전통 제약사들이 자체 현금흐름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것과 달리, 오름테라퓨틱스는 초기 단계부터 VC 투자를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이후에도 후속 투자와 성장자본을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당사는 초기에 K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을 유치했고, 기존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를 이어가며 회사의 누적 투자 규모는 2025년 말 기준 약 1,45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는 이제 국내 바이오텍의 성장 과정에서도 VC와 성장자본이 단순한 초기 투자자를 넘어, 장기적인 임상 개발과 사업화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자본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블록버스터 개발에 국내외 사모 참여]
한 기업이 아닌, 특정 잠재 블록버스터에도 PE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예시로, 메디포스트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알려진 카티스템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이어온 기업인데, 2022년 국내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외국계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