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계약서를 다루시는 분이라면 계약 초안에서 다음 문구를 마주쳐 본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Licensee shall use Best Efforts to develop..." 또는"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to obtain Regulatory Approval...". Best Efforts 나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를 해석해보았을 때 두 문구의 뜻은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차이점이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 표현들이 요구하는 노력의 강도는 어느 법을 준거로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이러한 단어 하나의 계약서 내 기재 유무나 해석의 차이로 수백억원의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Efforts 조항은 각국 법원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있을까요? 한국, 미국(뉴욕·델라웨어), 영국 법원의 실제 판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노력한다"는 말, 빈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는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요컨대 "노력하겠다"는 표현은 법적 의무가 아닌 의향 표명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판결은 이어서 계약 전체 맥락상 법적 구속 의사가 종합적으로 인정되면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로 보아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국내 태도에 비추어 볼 때, 만일 라이선시가 신약 개발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만 약정한 경우, 한국 법원에서 손해배상을 받기가 의외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따라서, 가장 안전하게는 최선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임상 마일스톤, 최소 R&D 투자액, 보고 의무 등 구체적 행동 기준이 계약 내 기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미국(뉴욕·델라웨어): 표현보다 행동을 봅니다

미국 법원은 어떤 Efforts 표현을 쓰든 결국 "합리성(Reasonableness)" 또는 "모든 합리적 조치(all reasonable steps)"라는 동일한 잣대로 평가합니다. 뉴욕과 델라웨어가 미세한 결을 달리할 뿐, 표현 차이로 의무 강도를 조절하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뉴욕주법을 준거로 한 Bloor v. Falstaff Brewing Corp., 454 F. Supp. 258 (S.D.N.Y. 1978), aff'd, 601 F.2d 609 (2d Cir. 1979) 사건에서 법원은 Best Efforts가 "상당한 손실을 초래하는 조치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손실 없이 취할 수 있었던 조치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을 위반의 결정적 근거로 삼았습니다. 즉, "회사를 망가뜨릴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라"는 수준은 아니지만,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조치마저 검토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는 것"은 위반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Soroof Trading Development Co. v. GE Fuel Cell Systems LLC, 842 F. Supp. 2d 502 (S.D.N.Y. 2012)는 "reasonable efforts" 의무가 "신의성실에 따라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in good faith and to the extent of its own capabilities)"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합리성 잣대는 M&A 분쟁이 집중되는 델라웨어에서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 바 있습니다. Akorn, Inc. v. Fresenius Kabi AG, 2018 WL 4719347 (Del. Ch. 2018)에서 독일 제약사 Fresenius는 미국 Akorn 인수에 합의한 후 Akorn의 매출 급락과 FDA 데이터 조작 의혹이 드러나자 계약 해제를 통보하였습니다. Akorn은 자신의 의무가 "Best Efforts"보다 가벼운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에 그쳤다고 항변하였으나,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와 Reasonable Best Efforts가 모두 동일하게 '모든 합리적 조치(all reasonable steps)'를 요구한다"고 명시하면서 Fresenius의 합병 해제를 적법하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요컨대 뉴욕주법 또는 델라웨어주법을 준거로 한 계약에서는 "Best Efforts"든 "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든 결국 같은 “합리성”이라는 잣대로 평가됩니다. 다만 "합리성"의 평가 기준은 시대·산업·당사자 규모에 따라 변하는 상대적 개념이므로, 영문계약서 정의 조항에서 "유사한 단계의 동종 바이오제약 회사 기준"이라는 비교 문구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영국(England & Wales): 단어 하나가 운명을 가릅니다

영국 법원은 델라웨어 법원과 반대로 Efforts 용어 간 엄격한 위계를 인정합니다. "Best Endeavours"는 단연 가장 무거운 의무이며, 이행 당사자가 자신의 상업적 이익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조차 면제되지 않았습니다. IBM United Kingdom Ltd v. Rockware Glass Ltd [1980] FSR 335에서 영국 항소법원이 "신중하고 결연하며 합리적인(prudent, determined and reasonable) 의무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라는 표준을 확립한 이래, 이 원칙은 일관되게 적용되어 왔습니다.
이 원칙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가 Jet2.com Ltd v. Blackpool Airport Ltd [2012] EWCA Civ 417입니다. 저비용 항공사 Jet2.com과 Blackpool 공항(BAL)은 2005년 운항 협정을 체결하면서 "양 당사자가 협력하여 Jet2의 저비용 항공 사업 촉진을 위해 Best Endeavours를 다한다"는 조항을 두었습니다. 이후 약 4년간 BAL은 Jet2의 정상 운영시간 외 항공편을 수용해 왔으나, 2010년에 이르러 "운영시간 외 운항은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하였고, 이에 Jet2가 계약 위반으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영국 항소법원의 결론은 단호하였습니다. Best Endeavours 의무를 진 이상, 공항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운영시간 외 운항을 수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용이 든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즉 영국법상 Best Endeavours는 "이익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력하라"는 의무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신의 상업적 이익을 일부 희생해서라도 결과를 달성하라는 의무인 것입니다.
요컨대 영국법 준거 계약에서 Best Endeavours를 약정하셨다면, 비용 항변으로 의무를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즉, 혹 제약바이오 계약에서 영국법을 준거로 Best Endeavours를 약정한다면, 그 부담의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셔야 할 것입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Efforts 조항이 들어간 계약을 검토하실 때 가장 먼저 살피셔야 할 것은 준거법(Governing Law)입니다. 같은 "Best Efforts"라도 영국법에서는 비용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는 무거운 의무가 되고, 뉴욕·델라웨어주법에서는 합리성 판단이 가장 중요하고, 한국법에서는 경우에 따라 자칫 훈시 규정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과제는 정의(Definition) 조항을 통해 의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일입니다. 판례 해석에 계약의 운명을 맡기시기보다는, 당사자가 합의한 기준을 정의 조항에 미리 기재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안에 따라 마일스톤, 최소 R&D 투자 금액, 정기 보고 의무 등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 기준을 함께 기재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정의 조항이 의무의 "내용"을 정하는 작업이라면, 면책의 한계(Carve-outs)는 의무의 "경계"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의무 범위에서 제외되는 비용 한도, 핵심 지식재산권의 포기 여부, 임상시험 실패 시 개발 중단 권한 등과 같은 제한사항을 명확히 규정해 두어야, 영국법 준거에서와 같이 비용 항변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실 수 있겠습니다.
본 기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