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약바이오 분야의 전문 매체를 표방하며 창간된 ‘더파마뉴스’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본 매체에 기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파마뉴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제 첫 기고 주제로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늘 화두가 되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정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1. 제도의 탄생과 구조

2015년 3월, 한·미 FTA 이행 입법의 일환으로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이하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본격 시행되었다. 이 제도의 뿌리는 1984년 미국에서 제정된 통칭 Hatch-Waxman법에 있다. 신약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권을 강력히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특허 만료 후 제네릭 의약품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유인하여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두 가지 상충하는 목적을 함께 달성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구조는 명쾌하다. 오리지널 제약사는 자사 의약품에 관한 특허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특허목록(소위 한국판 '오렌지북')에 등재한다. 이후 제네릭 제약사가 후발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오리지널 제약사에 해당 사실을 통지해야 하고, 특허권자는 이를 기반으로 판매금지를 신청하거나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허소송은 제품 출시 이후 침해 제품에 대해 제기 가능한데, 이 제도를 통해 특허 분쟁의 '전장'을 허가 절차까지 연장시킨 셈이다.
이처럼 약사법 제50조의2 이하에 규정된 한국의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신약 허가 단계에서부터 특허권 침해 여부를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에 의약품이 시판된 후에야 특허침해 분쟁이 불거지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2. 공격과 방어의 두 핵심 무기: 우선판매품목허가와 판매금지
공격과 방어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이 제도의 실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공격자인 후발 제약사의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과, 다른 하나는 방어자인 오리지널 제약사의 판매금지 제도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등재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또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여 최초로 승소 심결을 받은 제네릭 제약사에게 9개월간의 독점 판매 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는 미국 Hatch-Waxman법 상의 180일 독점권에서 유래했으나, 한국은 이를 9개월로 확대하여 도입하였다. 특허에 도전할 유인이 없으면 오리지널 제약사는 별다른 견제 없이 특허 존속기간을 누릴 수 있고, 이 경우 제네릭 진입이 지연되어 의약품 가격 인하와 환자 접근성 개선이라는 제도의 목적이 좌절된다. 우판권은 후발주자로 하여금 그 도전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당근이다.
판매금지는 오리지널 제약사가 등재 특허를 기반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 특허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후발의약품의 판매를 최장 9개월간 행정적으로 금지하는 제도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는 것과 달리, 오리지널 제약사가 소송 제기만으로도 행정처분 형태의 판매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권자에게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사실상 '행정적 가처분'의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요건과 이의신청 수단의 정비가 제도 설계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다.
3. 실무상 유의사항: 미등재 특허 전략의 맹점
현장에서 가장 간과되기 쉬운 지점은 특허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특허(미등재 특허)의 위험이다. 후발 제약사의 실무 담당자들은 허가특허연계제도 하에서 식약처 특허목록만 확인하면 특허 리스크 검토가 완료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특허목록 등재 대상은 물질특허, 조성물특허, 제형특허, 용도특허에 한정된다. 제조방법 특허, 중간체 특허, 분석방법 특허 등은 등재 자체가 불가하다. 즉, 오리지널 제약사는 허가특허연계제도 상의 특허목록에 등재할 수 없는 특허들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이 미등재 특허들은 허가-특허연계제도 절차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제네릭 의약품이 실제 시판에 들어간 이후 별도의 특허침해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실무상으로는 제네릭 허가신청 전 반드시 오리지널 의약품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 전체를 독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특허목록 등재 여부와 무관하게 특허침해 여지가 있는 특허들을 특정하고, 무효 사유 또는 비침해 논리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특허 분쟁의 '출발선'을 앞당길 뿐, 특허법상의 침해 판단 구조 전체를 대체하지 않으며, 식약처에 등재되지 않은 특허에 기해서도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4. 제도의 실효성 저하: 도전자 증가가 낳은 역설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현재, 우판권 제도의 기능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최초 도전자'를 특정하는 기준의 허술함과 그로 인한 도전자 폭증 현상이다.
현행 약사법은 최초 심판이 청구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심판을 청구한 자까지 '최초 도전자'로 인정한다. 이 14일 유예기간은 사실상 수십 개 제약사가 동시에 우판권 경쟁에 뛰어드는 제도적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결과를 낳았다. 최초 무효심판 청구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마자, 경쟁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14일 이내에 동일 특허에 대한 심판을 청구하는 '묻지마 심판'이 횡행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우판권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수십 개 제약사가 공동으로 우선판매권을 나눠 갖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9개월간의 독점 판매 기간이 실질적으로는 다자 경쟁 기간으로 전락하면서, 애초에 특허 도전이라는 고위험 고비용 행위를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14일 유예기간의 축소 내지 삭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특허에 도전한 제약회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증가시키는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볼 시기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마치며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오리지널 제약사와 제네릭 제약사 사이의 균형, 나아가 특허권 보호와 의약품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제도화한 장치다. 그러나 그 정교함은 끊임없는 제도 정비를 전제로 한다. 우판권의 인센티브 구조가 무력화되고, 판매금지의 남용 방지 장치가 미비하며, 미등재 특허 리스크가 방치되는 상황은 제도의 취지를 위협한다.
신약 개발의 선순환, 제네릭의 신속한 시장 진입, 그리고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약사법의 관련 조항들이 빠르게 정비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하며, 본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일형 변호사(ihlee@riolaw.co.kr)는 약사·변리사·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겸유한 의료제약·특허 전문 변호사로, 현재 의료 ,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로펌인 법률사무소 리오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