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회사 홈페이지
지에스케이(GSK)가 식품 알레르기 치료제 시장의 패권 확보를 위해 미국 바이오테크 랩트 테라퓨틱스(Rapt Therapeutics, RAPT)를 전격 인수했다. 현지 시각 20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GSK는 랩트의 주식을 주당 58달러(약 8만 1,400원)에 전량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16일 종가인 35.10달러(약 4만 9,200원) 대비 약 39%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진 가격이다. 총 인수 규모는 기업 가치 기준 22억 달러(약 3조 890억 원)에 달하며, 현금 보유액을 제외한 실질 인수가는 약 19억 달러(약 2조 6,67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번 인수의 핵심 자산은 면역글로불린 E(IgE)를 표적하는 항체 신약 후보물질 오주레프루바트(ozureprubart)다. 랩트가 2024년 중국의 제민케어 제약(Jemincare Pharmaceutical)으로부터 도입한 이 물질은 식품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하는 기전을 가진다. 오주레프루바트는 현재 노바티스(Novartis)와 로슈(Roche)가 공동 개발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졸레어(Xolair)와 동일한 에피토프를 타격하는 항체 억제제다. 졸레어는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특정 식품 노출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 감소 용도로 최초 승인을 받은 바 있다.
GSK가 오주레프루바트에 주목한 이유는 투약 편의성에 기반한 시장 재편 가능성이다. 기존 졸레어가 2주 또는 4주 간격으로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오주레프루바트는 반감기를 대폭 연장해 12주 1회 투여로도 동일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GSK의 수석 과학 책임자인 토니 우드(Tony Wood) 박사는 "오주레프루바트는 식품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12주 간격의 투여로 지속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치료제"라며 "입증된 타깃을 공략하면서도 미충족 의료 수요가 명확한 자산을 확보하려는 당사의 전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오주레프루바트는 2025년 10월부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식품 알레르기 예방을 위한 임상 2b상 시험에 진입한 상태다. GSK는 해당 임상의 데이터 도출 시점을 2027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즉각적인 임상 3상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GSK는 제민케어가 권리를 보유한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오주레프루바트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게 되었다.
랩트 테라퓨틱스 입장에서 이번 인수는 기업 회생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랩트는 과거 주력 파이프라인이었던 CCR4 억제제 젤네시논(zelnecirnon)이 임상 과정에서 환자의 간부전 사례가 발생하며 FDA로부터 임상 보류 조치를 받는 등 위기를 겪었다. 이로 인해 인력 감축과 주력 자산 폐기라는 부침을 겪었으나, 오주레프루바트로의 전략적 피보팅(Pivoting)이 성공하며 빅파마 피인수라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랩트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웡(Brian Wong)은 "이번 거래는 당사의 파이프라인에 가치를 더하고 환자와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매력적인 경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랩트가 보유한 기타 파이프라인으로는 두 가지 CCR4 길항제가 있다. 이 중 하나는 한미약품(Hanmi Pharmaceutical)과 파트너십을 맺은 티부메시논(tivumecirnon)으로, 2024년 머크(MSK)의 키트루다(Keytruda)와 병용하여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을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하나는 비공개 염증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전임상 단계의 물질이다. 업계는 GSK의 대규모 인프라와 자금력이 결합함에 따라 오주레프루바트의 상용화 속도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