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AbbVie, ABBV) 및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JNJ)과 특정 의약품 가격 인하에 합의하며 '최선혜국(Most Favored Nation, MFN)' 약가 정책을 구체화했다. 이는 행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 이니셔티브의 최신 성과로,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치적 목적과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애브비는 이번 합의를 통해 콤비간(Combigan, 녹내장 치료제)과 씬지로이드(Synthroid, 갑상선 호르몬제)를 포함한 주요 품목을 메디케이드(Medicaid) 및 소비자에게 선진국 중 최저가 수준으로 공급하기로 확약했다.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약물인 휴미라(Humira,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와 알파간(Alphagan, 녹내장 치료제) 역시 목록 가격 대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존슨앤드존슨 또한 환자 직접 판매 시 상당한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메디케이드에도 타 선진국 수준의 약가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번 약가 합의의 핵심 동력은 관세 면제와 대규모 국내 투자 간의 전략적 교환에 있다. 애브비는 향후 10년간 미국 내 연구개발(R&D) 및 제조 시설에 총 1,000억 달러(약 147조 4,505억 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3년간의 관세 면제 혜택을 확보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이미 2029년 초까지 550억 달러(약 81조 977억 원)의 국내 투자를 공표했으며, 펜실베이니아의 세포 치료제 생산 시설과 노스캐롤라이나의 완제의약품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행정부는 조만간 출범할 온라인 플랫폼 '트럼프Rx(TrumpRx)'를 통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금 결제 환자들이 제약사로부터 직접 할인된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보건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시장 전반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력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지적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협약 대상 의약품의 제한적인 시장 점유율 △보험 미가입자의 실질적 가용 소득 대비 여전히 높은 본인 부담금 △기존 리베이트 구조와 메디케이드 할인 혜택의 중복에 따른 실질 편익 불투명성 △약가 규제 강화로 인한 중장기적 R&D 동력 저하 우려
제약 업계가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배경에는 고율 관세 부과라는 강력한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는 단순한 약가 통제를 넘어 미국 제약 산업의 제조 리쇼어링(Reshoring)을 강제하는 산업 정책적 성격을 띠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MFN 모델이 타 제약사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약가 체계와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