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창사 첫 "파업 위기"... 5.5조원 규모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증폭
The Pharma2026.03.31 21:25 발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임단협 결렬에 따른 5월 파업 예고
독자 보상 체계 수립 및 경영·인사권 개입 요구 대립
생산 중단 시 제품 폐기 및 글로벌 신인도 하락 우려
자료: 회사 홈페이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오는 5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 체계와 경영 참여를 둘러싼 노사 간 시각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결과다.
노조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6% 급증하는 등 경영 성과가 뚜렷했던 점을 근거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평균 임금 14% 인상, 1인당 3000만 원의 격려금 지급,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당 등을 요구 중이다. 반면 사측은 임금 6.2% 인상과 영업이익의 10% 수준을 성과급으로 제안하며 맞서고 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은 "삼성전자 등 그룹 내 타 계열사의 보상 수준을 따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구성원들은 업계 1위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독자적인 보상 체계 수립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경영권과 인사권에 대한 노조의 개입 요구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노조는 기업의 분할이나 합병 등 주요 경영 사안 결정 시 노조와의 합의를 거칠 것과 신규 채용 및 승진 등 인사 결정 과정에서의 사전 조율을 단체협약에 명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권과 인사권은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바이오 업계와 투자 시장에서는 이번 파업 예고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15곳 이상의 글로벌 빅파마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5조 50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성상 세포 배양과 단백질 추출을 위해 공장은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어야 한다. 만약 파업으로 인해 공정 관리에 공백이 생길 경우 배양 중인 세포가 사멸하거나 품질 변질로 인해 생산 중인 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생산 차질은 해외 고객사와의 계약 이행 불능으로 이어져 기업의 대외 신인도를 실추시킬 위험이 크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공백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권의 경쟁 CDMO 기업들이 그 반사이익을 얻으며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는 내달 21일 사업장 집회를 시작으로 파업 준비에 나설 예정이며, 5월 실제 파업 돌입 전까지 노사 양측의 막판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파업 예고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체계를 갖춰왔다는 회사 측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5년 ESG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임원을 제외한 직원 평균 보수는 지난해 기준 1억1400만원으로, 2021년(7900만원) 대비 약 44% 증가했으며 4년 연속 연평균 10% 이상의 임금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보수 상승의 핵심에는 삼성그룹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가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초과 이익의 20% 범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OPI를 3년 연속 상한선까지 집행했다. 지난해 매출 4조5570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이 성과급 재원으로 직결된 결과다.
회사 측은 이직률이 2021년 4.5%에서 지난해 3.0%로 지속 하락하는 등 인력 안정화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수치가 업계 1위 기업의 성장 속도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양측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