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남호준 기자]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해외에서 구매해 국내로 불법 반입하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외 판매가격 차이가 해외 원정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단속 강화와 함께 비만치료제의 가격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인천공항세관에서 비만치료제를 휴대 반입하다 적발된 사례는 28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적발된 86건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국제우편을 통한 비대면 반입 시도는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5월 국제우편을 이용해 비만치료제를 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2940건으로,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인 1107건의 약 2.7배에 달했다.
5개월 동안 하루 평균 약 20건의 불법 반입 시도가 적발된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본에서 구매한 마운자로를 의미하는 이른바 ‘스시자로’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부 게시물에서는 세관 신고를 피하는 방법이나 의약품 포장 방식을 공유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운자로 2.5mg 국내 29만원·일본 7만5000원
비만치료제의 해외 구매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내외 가격 차이가 지목된다.
마운자로 2.5mg 4주분의 국내 최저 판매가격은 약 29만원인 반면, 일본에서는 약 7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량 제품에서도 가격 차이가 나타난다. 마운자로 10mg 4주분은 국내에서 최저가 기준 약 55만원에 판매되지만, 일본에서는 약 29만5000원 수준으로 국내 가격의 절반가량이다.
한국과 일본의 의약품 가격 책정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격차가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마운자로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건강보험 약가 체계에 포함돼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는다. 반면 국내에서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모두 비만치료 목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다.
비급여 의약품은 의료기관과 약국이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 기관별 가격 편차도 큰 상황이다.
압수 외 별도 처벌 어려워…단속에도 한계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해외 여행객의 휴대품이나 국제우편을 모두 검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만치료제는 온도 관리가 필요한 주사제인 만큼, 정식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반입될 경우 보관 상태와 유통 과정에서 품질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진의 진료나 처방 없이 사용할 경우 용량 조절과 이상반응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위험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여행객의 모든 휴대품을 조사하기 어렵고, 밀반입이 적발되더라도 현행 제도상 의약품 압수 외에 별도의 처벌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외 구매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불법 반입을 부추기는 국내외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도비만이나 비만 관련 합병증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거나, 비급여 가격의 과도한 편차를 완화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국 관계자는 “비만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단순한 미용 목적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며 “치료가 시급한 고도비만 환자부터 비만치료제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