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보건복지부
정부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성분명 처방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의료계는 이를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의료 현장으로 전가하는 행위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의료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의약품 부족 현상이 단순한 처방 방식의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약가 인하 정책과 취약한 생산 및 유통 구조가 누적되어 폭발한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료 공급 부족과 생산 기반 약화, 시장 불균형 등 국가 의약품 공급 체계 전반의 결함을 지적하며 성분명 처방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특히 약제 자체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시행하더라도 대체 가능한 의약품이 없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제네릭 의약품 간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자 안전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제 환자의 특성에 따라 약효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치료 범위가 좁은 약물의 경우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다.
약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치중한 약가 인하 기전이 제약사의 공급 의지를 꺾고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의약품 가격은 이미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며, 특허 만료 후 가격 관리 기전이 작동하고 있음에도 무리한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공급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환자 단체 역시 의약품 수급을 비용 효율성이 아닌 생존과 보건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중심의 위원회에 환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성분명 처방을 재정 절감 수단이 아닌 치료 연속성 확보와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여러 대책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의약품 수급 불안을 국가 안보 사안으로 인식하고 생산부터 사용 단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응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향후 약사법 개정을 통해 국가필수의약품의 범위를 확대하고 대체조제 간소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민관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의료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