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앤디파마텍이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와 손잡고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형 연구에 착수한다. 디앤디파마텍은 화이자와 경구용 펩타이드 이중작용제 제형 개발과 관련한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번 계약의 총 규모는 18억 3267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디앤디파마텍의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대비 42.6%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계약 구조에 따르면 별도의 선급금은 없으며, 각 연구 용역 항목이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5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번 협력은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펩타이드 이중작용제를 경구 복용이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핵심 제형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이자와의 이번 계약은 디앤디파마텍이 보유한 제형 플랫폼 기술의 전문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사업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계약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이자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이자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을 앞세워 비만 치료제 시장 진입을 노렸으나, 2023년 말 1일 2회 복용 제제에서 높은 부작용 발현율이 확인된 데 이어, 2025년 4월에는 1일 1회 복용 제제 최적화 연구에서 임상 참가자 1명의 약물 유발 간 손상 사례가 보고되면서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이로써 화이자는 로티글리프론(lotiglipron)에 이어 두 번째 경구용 GLP-1 후보물질까지 포기하며 자체 경구 비만약 개발이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화이자는 2025년 11월 경구용 및 주사용 비만 치료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임상 단계 바이오테크 멧세라(Metsera)를 약 100억 달러에 인수하며 비만 치료제 전략을 외부 인수 중심으로 전환했다. 멧세라의 파이프라인에는 디앤디파마텍의 오랄링크 기술이 적용된 경구용 GLP-1 후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화이자와의 직접 계약은 디앤디파마텍과 화이자의 접점이 한층 긴밀해졌음을 시사한다.
디앤디파마텍이 이번 계약에서 활용하는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한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오랄링크(ORALINK)'다. 오랄링크는 펩타이드 분자의 비활성 부위에 선택적으로 비타민 리간드와 지방산 유도체를 결합해 소장상피의 비타민 트랜스포터(SMVT)를 통한 흡수를 유도함으로써, 약물 고유의 활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경구 생체이용률을 대폭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현재 유일한 GLP-1 계열 경구용 승인 의약품인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Rybelsus®) 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경구흡수율이 비글견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특허 측면에서도 오랄링크는 일본, 호주,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 연이어 등록이 결정되며 기술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은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이 앞다퉈 진입을 시도하는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사제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복약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제제로의 전환이 차세대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누글리프론 개발 실패로 내부 역량만으로는 경구용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화이자가 디앤디파마텍의 제형 기술을 직접 연구 용역으로 활용하는 이번 계약은, 한국 바이오텍의 제형 플랫폼이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연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