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대한의사협회
의료 현장에서 신분 확인 절차의 허점을 악용한 의료용 마약류 부정 발급 사례가 잇따르자 의료계가 자체적인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향정신성의약품 부정 수급 사례를 공유하며, 일선 의료기관에 철저한 본인 확인과 중복 처방 점검을 당부하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번 조치는 2018년 여권법 개정 이후 발급된 신여권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는 점을 노린 지능적 범죄 시도가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환자들은 의료기관 접수 시 신여권을 제시한 뒤 임의의 주민등록번호를 구두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특히 해외 거주로 인해 주민등록이나 건강보험 자격이 말소되었다고 주장하며 전산망의 사각지대를 이용, 신원 확인과 중복 처방 점검 시스템을 무력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 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법적 신분증을 통한 본인 확인을 원칙으로 세웠다.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은 신여권을 제시할 경우에는 여권정보증명서를 반드시 추가 제출받거나 주민등록번호가 명시된 별도의 신분증을 대조해야 한다. 신원 확인이 불명확하거나 환자의 진술에 의구심이 드는 경우 처방을 보류하고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보수적인 대응을 권고했다.
처방 단계에서의 안전장치 마련도 구체화했다. 동일 성분 의약품의 중복 처방 여부를 상시 확인하고, 마약류의 남용 및 의존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복약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비급여 및 비마약성 보고 대상 약물의 투약, 조제, 폐기 내역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누락 없이 보고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관리 체계도 강화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외국인 환자 진료 시 여권번호와 국적 등을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재하고, 처방된 약물이 환자의 자국 내에서 규제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안내하도록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제3종 항정신성의약품, 대만에서는 4급 규제약물로 분류되어 반입 시 처벌받을 수 있는 사례가 존재한다. 해외 반출에 따른 법적 책임은 환자 본인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목적이 불분명한 처방 요청은 제한하거나 보류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