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력 수급 추계 결과, 시민사회·노동·환자단체 "과소 추계" 지적
코로나19·의정갈등 시기 반영, 미래 의료 수요 왜곡 우려 제기
의료 AI의 인력 대체 수단 활용 반대... 증원 패키지 마련 촉구
정부 산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향후 15년 뒤 국내 의사 인력이 1만 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중장기 전망을 내놓았으나, 이를 둘러싼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추계 방식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검증’이 우선이라는 입장인 반면, 시민단체는 의료공백 시기를 기준으로 한 ‘과소 산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 의협 “추계는 시작일 뿐… 원자료와 분석 코드 공개해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번 추계 결과가 정책 결정의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과는 최종 결론이 아니라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의협은 변수 설정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추계 결과를 도출하는 데 사용된 원자료와 분석 방법, 분석 코드를 투명하게 공개해 교차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노동량과 생산성에 대한 정밀한 조사 없이 의료 이용량이 현재 비율대로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만으로 성급하게 결과를 도출했다는 비판이다.
■ 시민사회 “비정상적 의료공백을 ‘정상’으로 둔 왜곡된 통계”
반면 경실련,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는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이번 추계가 현실보다 부족 인원을 적게 잡은 ‘과소 추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연대회의는 5일 공동성명을 통해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의료 이용이 비정상적으로 억제된 2024년을 기준으로 수요를 산정하는 것은 현실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치료 지연과 의료공백이 극심했던 시기를 ‘적정 이용’ 수준으로 고정할 경우, 고령화에 따른 잠재적 수요와 지역·필수 의료의 구조적 부족분이 통계에서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공급 측면에서도 코로나19와 의정 갈등 시기에 일시적으로 활동량이 늘어난 고령 의사들의 지표가 과대 반영되어, 미래 의사 공급량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비판했다.
■ ‘AI 생산성’ 논란… 증원 회피 수단인가, 보조 도구인가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도입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논의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은 팽팽했다. 연대회의는 “AI는 환자 안전과 협진을 강화하는 도구일 뿐, 의사 증원을 회피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 향후 전망… 보정심 논의 거쳐 2027년 정원 반영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확정된 이번 추계 결과를 토대로 2027학년도 이후의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논의할 방침이다. 6일 오후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추계 결과에 대한 첫 공식 논의에 착수한다.
하지만 의료계의 ‘데이터 투명성’ 요구와 시민단체의 ‘기준 시점 재설정’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향후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대회의는 “비정상 시기의 과소 추계를 기준으로 정원을 결정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환자와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지역·필수 의료 배치를 강제할 실행계획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