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암학회는 최근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보고서 2025'를 발간하며 국내 암 연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것으로, 박도중 서울대암병원 교수가 발간위원장을 맡고 22명의 암 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공중보건연구, 기초연구, 임상연구, 응용개발(마켓) 등 4개 분야의 국내외 암 연구 동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항암제 임상시험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1상 임상시험 참여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3상 임상시험까지의 연속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글로벌 제약사 주도 의약품 임상시험 신규 등록 점유율은 2023년 4.04%(4위)에서 2024년 3.46%(6위)로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13.59%에서 14.59%로 점유율을 늘린 중국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임상시험 점유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IND) 절차 지연이 꼽혔다. 보고서 발간 부위원장을 맡은 김태용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 연구자들이 임상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문제다. 똑같은 임상시험계획을 가지고 외국과 우리나라 연구진이 규제기관에 승인 신청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자료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보완 요구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한국은 글로벌 임상시험 참여 국가에서 배제되고, 비교적 빠르게 승인을 받는 국가들의 임상 참여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근거에 기반해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제약사와 소통하는 만큼, 연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는 혁신 신약의 조기 임상에 국내가 참여하지 못하면, 후속 임상인 2~3상 임상시험 실시 국가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국내 환자들의 혁신 신약 치료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2000년 46.5%였던 암 환자 5년 상대생존율이 2018년 71.7%로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위암, 대장암, 유방암의 발생대비 사망비(M/I ratio)는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암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과 우수한 치료 성과, 학계의 연구, 정부 지원, 국민의 예방 활동 참여 등 복합적인 노력의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생존율 향상과 함께 암 유병자 수가 2022년 기준 258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는 만큼, 암 생존자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적∙제도적 정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한편, 국내 전체 암 임상시험 중 연구자 주도 암 임상시험(IIT)이 차지하는 비율은 29.3%에 불과하여, 글로벌 임상 순위가 유사한 미국과 중국의 40~60%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보고서는 연구 생태계의 자율성과 공공 연구 지원 구조의 개선을 통해 연구자 주도의 독립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한암학회 한상욱 회장은 "암 정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 학회가 중심이 돼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은 이번 보고서가 국내 암 연구자의 미래지향적 연구 방향 설정과 국가 암 관리 정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보고서는 암종별 역학통계, 국내외 암 연구 동향 및 임상시험 현황, 최신 기술 혁신 및 투자동향 등 한국 암 연구의 현주소와 미래 발전 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으며, 다학제 진료, 수술기법, ctDNA, 유전체 연구, 정밀의료 등 최신 암 연구 현안에 대한 전문가 특별기고도 수록했다.